포항 수성사격장 갈등 봉합되나…주민 합의로 4년 만에 사격 훈련 재개

입력 2024-01-30 17:57:08

30일 국민권익위 '수성사격장 집단민원 조정 합의' 발표
미 아팟치헬기 사격훈련으로 갈등 촉발…민관군 협의체 구성해 조율키로

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포항 수성사격장 집단민원 해결을 위한 국민권익위원회 현장조정회의에서 주일석 해병대 제1사단장과 김승학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이 참석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포항 수성사격장 집단민원 해결을 위한 국민권익위원회 현장조정회의에서 주일석 해병대 제1사단장과 김승학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이 참석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과 국방부 간 갈등으로 폐쇄됐던 포항 수성사격장이 4년여 만에 일반 훈련 재개 합의를 도출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 10월부터 중단됐던 포항 수성사격장의 해병대 훈련·사격을 올해 3월부터 재개하고 포항 남구 장기면 주민지원사업을 지체 없이 추진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권익위 조정안에 따르면 해병대 및 방위산업체 ㈜풍산의 훈련·사격 재개일은 3월 1일이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민·군 상생발전을 위한 포항시 장기면 주민지원사업'을 지체 없이 추진하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범정부 차원의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 장기면 지역발전 및 주민지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이번 조정으로 해병대 훈련·사격이 재개되고 민-관-군 협의체를 통해 장기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국방력 강화와 지역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도 "새해 들어서도 북한 도발이 지속하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실사격 등 실질적 훈련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격훈련이 재개됨에 따라 군은 고유 임무 수행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국방부는 지역사회와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군의 실질적 훈련여건 보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병대 제1사단 관계자 역시 합의를 환영하면서 "향후 지역민과 상생발전할 수 있는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병대 훈련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주민과 포항시 측은 갈등의 계기였던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져 불씨는 남아 있는 모양새다.

장기면 한 주민은 "처음부터 우리는 해병대 등 기존 훈련을 문제 삼지 않았다. 다른 동네에서 벌어지던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동의도 없이 갑자기 이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자주국방을 위해 늘 협조해 왔던 주민을 더 이상 희생시키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1965년 지어진 수성사격장은 포항 남구 장기면 수성리 일원 약 1천200만㎡ 규모의 해병대 전용 사격장이다. 2019년부터 경기도 포천에서 시행하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갑작스레 수성사격장으로 옮겨오며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은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극심한 소음은 물론, 유탄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크다며 사격장 폐쇄를 요구했다. 반면 국방부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한미동맹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의견이 좀처럼 합의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