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맞는 DGB금융…"차기 수장, 지방·시중銀 장점 모두 안는 리더십을"

입력 2024-01-23 19:34:24 수정 2024-01-23 21:29:00

"주주·지역민의 신뢰도 높여 대구경북 기반 전국구 성장"
"공격 마케팅·신사업 확장 등 변화에 대응할 전략가 필요"
"지방은행 기능 유지·지역 대표 금융기관 역할" 기대감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유연성 필요" 주문

DGB금융지주가 있는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DGB금융지주가 있는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DGB금융지주가 오는 3월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지난 19일 1차 후보군을 선정한 데 이어 23일 본격적인 후보자 심층면접이 시작됐다.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차기 DGB금융 회장의 역할은 막중해졌다.

차기 회장 앞에는 시중은행과의 본격적 경쟁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 신사업 확장과 글로벌화에 더해 조직 안정화, 지배구조 개선, 내부 통제 강화 등 취임 직후부터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경쟁력 있는 시중은행으로 거듭나려면 차별성 있는 경영 전략도 요구된다. 지역 사회에서는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장점을 모두 안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 충성 고객 잡는 밀착형 리더십 기대

학계와 산업계 등은 전환기를 맞은 DGB금융에는 대구경북 지역민의 신뢰를 두텁게 할 리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이 되면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은행으로서 기능이 약화, 지역 소비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안성익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대구은행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방은행 고유 기능도 상당 부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은행 기능이 시대에 따라 급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력을 갖추려면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대구은행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내부 통제장치를 재정비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주주와 지역민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며 "금융권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으로 성장하는 데 대한 응원과 함께 꾸준히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역할을 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지역 관가의 한 관계자는 "대구시민이라면 대구은행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방의 한계를 넘어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그 지위를 통해 거둔 이익이 지역민에게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일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지역 경제계 현안에 밝은 지역밀착형 리더가 필요하다"며 "대구경북에 기반을 두고 대외적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쟁력·신뢰 회복 위한 히딩크식 리더십

금융권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당장 시중은행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차별화된 경영을 펼칠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권태용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지역을 토대로 영업하던 마인드로 다른 지역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역을 벗어난다는 의미를 살려 브랜드 명칭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개방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디지털 분야에 대해서도 투자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 출신은 "금융업 특성상 고객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증권계좌 불법 개설로 실추된 은행 신뢰도를 빨리 회복해야 하는 만큼 학벌이나 인맥과 상관없이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 히딩크식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전환기를 맞는 조직에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 핀테크 업체와도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 되면서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적극적이고 유연한 조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