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유교적 정서와 독립 정신 등을 느낄 수 있는 91㎞, 9개 코스
코스별 다양한 역사와 문화재를 간직해 볼거리와 재미를 충족
경북 안동은 예부터 수향(水鄕)이라 불린 수변도시다. 실제로 안동댐과 임하댐 등 2개 댐이 있고 도심지 내에도 큰 낙동강 물줄기가 흐르는 등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이런 안동에는 안동호의 절경과 다양한 유교문화유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9개 코스, 길이 91㎞의 자연친화적인 탐방로 '선비순례길'이 있다. 선비순례길은 코스 내에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선성수상길과 함께 도산서원과 이육사문학관을 비롯해 고택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천천히 걸으며 힐링관광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최근에는 인기 방송프로그램 '나는 SOLO' 등에도 소개되면서 트래킹과 관광을 위해 안동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1~3코스 : 퇴계 선생과 이육사 선생의 정신 담아
고고한 선비정신을 지키며 살았던 군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선성현길을 품은 1코스는 도산구곡 중 첫 번째 물굽이인 운암곡 주변을 둘러보는 길이다. 흔히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하는데, 선성현길에는 고고한 선비정신을 지키며 살았던 군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에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 해 군자리(안동 와룡면)라는 이름을 얻은 외내마을부터 선비들이 호연지기로 인의를 기르던 예안향교, 물 위로 늘어진 선성수상길을 지나 한국문화테마파크까지, 선성현길에서는 수많은 선인이 우리 앞을 걸어가며 길을 안내한다.
퇴계 선생의 숨결이 깃든 도산서원길 2코스는 월천서당과 관련이 있다. 월천서당은 월천 조목 선생이 후진을 양성하고자 세운 서당이다.
조목 선생은 퇴계 선생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스승을 가까이 모시면서 학문 연구에만 주력했다. 도산서원길은 스승과 제자가 만나는 사제의 길로 퇴계 선생이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던 도산서원부터 생을 마감하고 깊은 잠에 든 묘소를 지나, 퇴계 후손이 청빈한 선비의 자세를 지키며 살아온 원촌마을까지. 도산구곡길 어느 구간보다도 퇴계의 숨결이 살아 있는 길이다.
3코스는 '광야', '청포도'를 노래한 시인 이육사 선생의 고향 원촌마을을 지니는 청포도길이라 불린다.
이육사 선생이 태어난 원촌은 남향 터에 마을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앞으로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기름진 들판과 그 너머로 느리지도 급하지 않은 강물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궁벽한 산촌마을이지만 이런 사색의 땅엔 필연적으로 인물이 나기 마련이어서 수몰 전 원촌에는 참판댁, 대감댁, 진사댁, 상주댁, 아산댁, 너다래댁, 언양댁, 병성댁, 서울댁, 영혜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육사 선생의 딸인 이옥비 여사가 사는 목재 고택을 비롯한 네 채만 남아 있고, 마을 입구에는 원촌이 배출한 대표적 인물 이육사를 기념하는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4~6코스 : 청량산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경관
퇴계 선생이 청량산을 향해 걷던 그림 같은 장관의 퇴계예던길은 4코스다.
안동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올미재는 그야말로 안동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을 한번이라도 와 본 사람은 고산정과 농암종택, 월명담을 전국 최고의 정자와 종택, 소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퇴계 선생은 달빛 쏟아지는 월명담을 비가 오게 하는 연못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월명담을 지나 청량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고산정이 나온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가송리 주민들이 매년 정월대보름 때 동제를 지내는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모신 당이 있다.
5코스는 공민왕의 어머니가 이곳으로 피난해 이름 붙여진 왕모산성길이다.
청량산에서 흘러온 물은 산을 넘지 못해 왕모산성을 휘돌아나가고 산은 물을 침범 못 해 내살미와 백운지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강 풍경을 만들어냈다. 바로 가까이에 청량산이 있고 산 위로 눈을 돌리면 이육사 선생이 '절정'의 시상을 다듬던 칼선대와 퇴계 선생 시절부터 철쭉 피는 봄날에 열렸던 문학토론장 월란정사가 있는 왕모산성과 마주하며 걸을 수 있다.
안동 최초의 서원 '역동서원'이 있었던 역동길은 6코스다.
6코스에 강물은 적벽가를 부를만큼 융융하게 흘러간다. 한쪽은 퇴계학단의 거목인 조목 선생의 월천서당이 있고 강 건너에는 봉화 금씨의 성제종택과 진성 이씨의 번남고택이 있다. 특히 성제종택이 있는 부포마을에는 우리나라 이학의 조종인 우탁 선생의 역동서원과 기름진 들과 더불어 천년세월을 견딘 부라원루가 볼거리다. 부포 앞 강변에 있는 솔숲 '사평송은 마을의 풍취를 더하고 있어 오가는 이들의 쉼터를 제공한다.
◆7~9코스 : 한국국학진흥원과 마의태자길까지
안동에는 국내 최고의 한국학 전문 연구기관인 경북도 산하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다. 7코스는 국학진흥원부터 도산온천으로 이어지는 산림문학길이다.
이 코스에는 송곡고택과 선성아문, 호계서원, 예안향교가 있다. 이 길의 35번 국도를 따라 도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산림박물관이 있다. 도산에 당도해서는 노송정 종가를 중심으로 그 우편에는 퇴계 선생이 최초로 지은 수곡암과 온계 이해 선생의 종택과 송재 이우 선생의 신도비가 줄지어 있고, 반대편에 도산온천이 있다.
신라의 국권회복을 그리던 마의태자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8코스 마의태자길이라 불린다.
이곳은 신라가 망하자 태자였던 김일이 고려로의 귀부(歸附, 스스로 복종하다)를 거부하는 세력을 이끌고 끝까지 신라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흔적이 용두산과 태자산 일대에 지명유래와 전설로 남아 있다. 마의태자가 매일 올라가 망국의 신라 땅을 바라보았다는 용두산 중턱의 마의대와 마의태자의 한을 담고 있다는 달래재길,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며 군사를 훈련했다는 건지산과 투구봉은 영욕을 역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마지막 9코스는 퇴계 선생의 문하생들이 수운정과 건지산을 오가며 서도를 익혔던 서도길이다.
퇴계 선생의 문하생들은 수운정과 건지산을 오가며 서도를 익혔는데 일생 문자향을 피우고 글씨를 통해 성학을 이루는 길에 매진했다고 한다. 도산면 서부리의 '선성아문'은 이숙량 선생의 글씨고, 퇴계 선생의 묘비는 금보 선생의 글씨인데 한 스승 아래 벗이 모두 명필인 예는 고금에도 드문 일이어서 칭송이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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