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혁신도시 10년, 미흡한 지역화] 지난해 공사‧용역‧물품 구매 비율 6.42%…가스공사는 고작 2%
기업 협업 소극적, 소통창구도 좁아 "사업공모 원해도 정보 듣기 힘들어"
지역 은행 금고지기 이용 단 2곳뿐
해만지면 고요한 혁신도시, 정주환경 강화 위한 대책 어디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지역과 동화되는 데는 10년의 기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오히려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역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대구혁신도시와 연계한 사업을 하고 싶지만 요원하기만 하다. 공공기관 이전 10년째를 맞이한 대구혁신도시가 지역과 밀착하고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및 지역 기업 과의 '실효성 있는 상생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한자릿 수 불과한 지역구매율
'2%' 2021·2022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원장 황종성)과 2021년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가 지역 업체를 통해 공사‧용역‧물품을 구매한 비율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신서혁신도시 내 12개 공공기관의 지역 공사‧용역‧물품 구매 비율은 6.42%에 불과하다. 총 구매액은 9천582억1천400만원 가운데 지역 구매액은 615억3천8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공사‧용역‧물품 계약을 맺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총 5천39억2천300만원 중 2.08%에 불과한 104억6천600만원에 대해서만 지역 업체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전체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1천952억5천500만원의 계약을 맺어 신서혁신도시에서 두번째로 많은 공사‧용역‧물품 구매를 추진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도 지역 업체 계약은 10.61%(207억800만원)에 불과했다. 또 한국가스공사도 총 구매액 1천396억8천700만원 가운데 7.52%(105억400만원)에 그쳤다.
지난 2021년에도 이들 3개 기관의 지역 구매율은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4천480억4천200만원 가운데 단 1.70%(76억300만원)만 지역 업체와 계약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총 1천553억6천800만원 중 지역업체 구매 비율은 2.09%(45억300만원)에 불과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신서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공공기관들이 지역 업체들을 외면하다 보니 지역 업체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한 지역 기업 대표는 "충분히 여력이 있음에도 혁신도시 공기업들은 지역기업들과 같이 사업 추진에 소극이다"며 "중소규모 기업들은 혁신도시의 사업 정보도 듣기 힘들다. 미리 준비해 사업공모에 응하고 싶어도 소통 창구가 좁다보니 어렵기만 하다"고 전했다.
지역 공헌도가 낮다는 사실은 지역 업체 구매율뿐만 아니라 지역 은행 이용률에서도 드러났다. 현재 신서혁신도시 내 12개 공공기관 중 대구은행이 금고지기를 맡고 있는 기관은 단 2곳(중앙병역판정검사소, 한국장학재단)이다. 지난 6월까지 대구은행을 이용 중이던 한국사학진흥재단도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은행으로 금고지기를 변경했다.
◆공공기관 협업 보폭 넓히지만 기대이하
대구로 이전한 공기업·공공기관들은 지역 상생의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업계는 중소기업과 연계 범위를 확대하고 신산업 육성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21년부터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통해 지역 내 에너지 분야 창업기업을 발굴 및 육성하고 있다. 사업 첫해에는 총 20개 기업에 보조금 10억원을 지원했으며, 이듬해에는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자금 8억원·교육 및 행사 2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술개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지역 내 산업 인프라 조성에 힘쓰고 있다. NIA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혁신도시 융합의료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사업을 통해 의료 분야 중소기업의 제품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연구 시설인 '오픈랩(Open Lab)'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대구지역 내 공공기관 등에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을 배정해 공공데이터 품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지역 산업계는 대구에 본사를 둔 공기업·공공기관과협업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적지 않다. 5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대구시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경ICT산업협회 관계자는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지역 내 정보통신(ICT) 분야 유망 기업들이 자리를 잡았고, 특히 5대 신산업 중 하나인 특히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 "앞으로 지역 기업이 더 성장하려면 지역 공공기관과 연계한 사업이 중요하다. 과제 수주 비중을 높이는 데 앞서 지역기업 및 협회와 교류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함께 지역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이해가 있어야 협업의 기회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혁신도시 각 기관과 연계협업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윤희 대구시 광역협력담당관은 "지난 10년간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협업이 확대됐고 앞으로 함께 해나가야 할 사업의 범위도 넓다. 코로나19로 인한 3년을 제외하고 7년 만에 이룬 성과라고 보면 확실히 개선점이 많았다. 앞으로 협업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도 정주 여건 개선에 힘써야
12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한 혁신도시가 10년이 됐지만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통, 교육, 의료 등 정주 환경이 열악해 그마저 있던 사람들도 수성구 등으로 빠져 나가고 편의시설도 태부족이다.
국토교통부 '전국 혁신도시 정주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혁신도시의 정주환경 만족도는 전국 65.7점으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산이 75.0점으로 만족도 1위를 차지했고 울산(72.2점), 경남(71.0점)이 뒤를 이었다.
대구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계기로 동구 신서동을 포함해 9개 동 421만6천㎡ 일원에 조성한 신도시로, 지난 2012~2015년 모두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왔다.
당시 대구시는 공기관들과 직원들이 지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주거, 교육, 문화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혁신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여전히 열악한 생활인프라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017년 혁신도시에 정착한 직장인 김모(42) 씨는 오히려 도심인 대구 중구로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직장까지 넉넉잡아 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김 씨가 그나마 무리없이 출근할 수 있는 것은 자가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차가 없으면 주거 자체가 망설여질 정도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증언했다.
문화시설도 부족하다. 김 씨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겨야 할 초등학교 6학년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근무자를 위한 정주환경 개선도 절실하다.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이모(49) 씨는 자녀 교육 문제로 3년 전 혁신도시를 떠났다. 직장이 동구에 있지만 자녀의 대입이 가까워지자 교육 여건이 열악한 혁신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씨는 "초창기에 비해 혁신도시도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교육, 의료 등 정주 여건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며 "혼자 사는 직원들은 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지만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가정을 이루고 혁신도시에 정착하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대구 혁신도시의 열악한 정주 환경에 지난 9월 대구시는 '대구 혁신도시 2차 발전 계획'(2023~2027년)을 수립했다. 계획에는 ▷지역 경제 활성화 ▷정주 여건 개선 ▷주변 지역 연계성 강화 등 3개 분야로 나뉘는 50개 사업이 담겼다.
이재숙 대구시의원은 "대구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이전했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은 내내 어둡고 고요하다"며 "주변 상권 등 활력을 되찾도록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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