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몇번이나' 선보여…아이돌 노래 2곡 듣고도 남을 5분27초 길이
"하고 싶은 이야기 담다보니…가장 에로틱한 느낌 내고 싶었다"
무엇이든지 '휙휙' 빨리 지나가고 노래 길이마저 어지간해서는 3분을 넘지 않는 요즘, 이에 반기라도 들듯 5분 30초에 육박하는 음악을 내놓은 이색 듀오가 등장했다.
바로 '알앤비 대디'(R&B Daddy) 김조한과 음악 프로듀서 뮤지가 한데 뭉친 프로젝트 그룹 '슬로 모션'(Slow Motion)이다. 김조한과 뮤지는 대중음악계 선후배 혹은 형동생 관계로 절친한 사이다. 2017년에는 뮤지와 유세윤의 듀오 UV의 '조한이형'에 김조한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이들은 '느리면서도 묵직한' 정통 흑인음악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동료 가수와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김조한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빨리 빨리'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의지와 다르게) 시간이 없어 느리게 하지 못하는 것뿐"이라며 "주말에 여유 있게 쉬면서 전자책이 아니라 페이지를 넘기며 종이책을 읽는 느낌으로 '슬로 모션'이 괜찮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뮤지도 "과거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과 콘텐츠에는 서사, 감정, 연주, 스토리텔링이 꽉 차 있었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 음악에 콘텐츠가 사라지고 빨리 빨리 넘어가고만 있더라.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던 것들을 한 번 여유 있게 바라보는 팀이 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거들었다.
이들이 발표한 첫 싱글 '몇번이나'는 '슬로 잼'(Slow Jam·알앤비 장르의 일종)을 김조한과 뮤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노래다. '몇번이나'가 반복되는 가사는 1990년대 팝 음악 분위기와 더불어 애절함과 관능미까지 물씬 풍긴다. 요즘 K팝 아이돌 노래라면 2곡도 들어가고 남을 5분 27초라는 노래 길이를 자랑한다.
뮤지는 "예전 클래식한 노래를 보면 대부분 러브송인데, 단둘이 있는 밤과 새벽에 일어나는 원초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며 "우리는 이번 노래에서 '가장 순수한 단어'로 '가장 에로틱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일부러 노래를 길게 만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장르 특성상 자연스레 그리됐다는 이야기다.
김조한은 "영화 편집에 비유하자면 어쩔 수 없이 두 시간을 넘을 수밖에 없던 작품인 셈이다. 길어도 자를 부분이 없었다"고 했고, 뮤지 역시 "라디오 방송용으로 일부 자를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표현한 것을 억지로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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