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원작의 장벽 넘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의 장벽이 높다. 대만드라마로 국내에도 찐팬들을 갖고 있는 '상견니'가 원작이기 때문이다. 이 리메이크작은 과연 원작이 가진 그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타임슬립과 멜로의 결합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슬립 설정과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9년 대만에서 방영된 '상견니'는 이 상상력을 극점으로 끌고 간 드라마로서 대만, 중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한국, 홍콩, 일본 등에서도 팬덤을 확보했던 드라마다. 멜로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비극적 사랑의 끝으로 결국 죽음으로서 완결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제 타임슬립 같은 판타지가 이 멜로에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또 다른 세계로 펼쳐졌다. '상견니'는 그래서 비행기 사고로 남자친구가 사망한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죽은 이를 잊지 못하는 그리움의 크기가 현실을 넘어 판타지로 펼쳐지는 것. 결국 시간의 터널을 뛰어넘은 이 여자는 과거로 날아가는데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여자가 되어, 역시 남자친구와 같은 얼굴을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의 제목을 '너의 시간 속으로'라고 붙인 건, 바로 이런 타임슬립과 멜로의 결합이 만들어낸 이 드라마의 설정을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는 구연준(안효섭)과 한준희(전여빈)의 시간대와 남시헌(안효섭)과 권민주(전여빈)의 시간대가 겹쳐지고 꼬여져 있다. 다른 시간대를 사는 다른 존재들이지만, 얼굴이 같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상당히 복잡한 느낌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를 테면 2023년을 살던 한준희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구연준을 너무나 그리워해 1998년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권민주라는 고등학생의 몸으로 깨어나는데, 그는 그 시대에서는 권민주지만 한준희의 의식도 겹쳐져 있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죽은 구연준과 똑같은 얼굴을 한 자기 반 친구 남시헌을 보고는 껴안고 눈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 구연준이 아닌 남시헌은 이런 한준희(권민주의 몸에 들어온)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일단 이 세계관 속으로 발을 딛기 시작하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저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굉장한 몰입감의 멜로 속으로 시청자들을 인도한다. 본래 권민주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대신 그의 절친이었던 정인규(강훈)와 그를 이어주려 했던 남시헌은 한준희가 들어와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어버린 권민주(실은 한준희)에게 점점 호감을 갖게 되고 빠져든다. 그러면서 순수한 우정과 사랑 사이의 절절한 3각관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백미는 타임슬립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데 있다. 어느 날 권민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역시 그를 잊지 못하며 그리워하다 외국으로 갔던 남시헌은 2002년에 귀국해 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그 순간 타임슬립을 해 2007년 구연준의 몸으로 들어온다. 남시헌은 그제서야 권민주의 몸으로 들어왔던 한준희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결심한다. 그가 사랑했던 건 바로 권민주의 몸으로 들어온 한준희였으니 그를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해보겠다고. 결국 이런 두 번의 타임슬립 설정을 통해 남시헌과 한준희의 사랑은 무한반복되는 궤도 속으로 들어간다. 한준희가 애초 그렇게 그리워했던 구연준은 사실은 타임슬립으로 그 몸에 들어왔던 남시헌이었고, 결국 구연준이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되면 이 타임슬립은 처음으로 되돌아가 반복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돈된 구성에 한국적 색깔 담아
타임슬립 설정과 시간을 거슬러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존재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그래서 복잡해 보이지만, 드라마는 절절한 남녀의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복잡성조차 이해하게 만든다. 결국 이 드라마는 서로를 그리워한 나머지 그 시간대를 뛰어넘어 상대를 찾아가 다시 그 만남의 과정을 밟아가는 서사 구조로 되어 있다. 그 절절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건 어찌 보면 죽음 앞에 유한한 인간이 꿈꾸는 판타지가 우리의 기억이 하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누군가가 죽어 지금은 사라졌지만 계속해서 기억을 통해 그 사람을 떠올리고 그 때로 되돌아가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는 걸 반복하는 우리들의 운명을 '너의 시간 속으로'는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오래된 카세트데크를 통해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설정은 그래서 이런 기억의 작용을 판타지로 가져온 이 드라마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음악만큼 순간적으로 우리를 과거로 인도하는 마법이 있을까. '너의 시간 속으로'는 그 음악으로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들려주는데 이 곡은 가사에서부터 이 노래를 부른 고(故) 서지원의 삶까지 묻어나며 기막한 정조를 만들어낸다. 겨우 19세의 나이에 갑작스레 사망한 서지원의 유작이 된 이 노래는 가사 또한 이 드라마의 서사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그대여 난 기다릴 거예요 내 눈물의 편지 하늘에 닿으면 언젠가 그대 돌아오겠죠 내게로' 같은 대목은 마치 이 드라마에 맞춰 만들어진 OST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파고든다.
원작 '상견니'가 워낙 명작이어서 '너의 시간 속으로'는 리메이크를 통한 특별한 재해석을 더하지는 않았다. 서사도 큰 틀 안에서는 다르지 않고 음악을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느낌을 주는 건 한국작품이니만큼 한국적 배경이나 소품 또 음악 선곡 같은 것들이다. '겨울연가' 열풍으로 일본 관광객 러시를 이뤘던 춘천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길 같은 아름다운 배경 위에서 멜로의 색감은 더욱 빛이 나고, 뉴진스가 리메이크한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포함해 림킴이 부르는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 손디아가 부르는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 같은 명곡들은 드라마의 정조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
다만 원작의 벽이 워낙 높다보니 원작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너의 시간 속으로'의 족쇄가 되는 건 사실이다. 즉 찐팬들의 경우 리메이크작의 안효섭이나 강훈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이들의 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워낙 강하게 박혀 있는 원작 배우들의 인상과 이미지메이킹 때문이다. '상견니'의 배우 허광한이나 시백우가 작품을 통해 갖게 된 그 아우라를 어떻게 넘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오히려 이들에 대한 예우를 표하는 작품으로 '너의 시간 속으로'와 그 배우들의 호연을 봐주는 편이 이 작품을 좀 더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권민주와 한준희의 서로 다른 성격을 잘 표현해낸 전여빈의 연기는 단연 돋보이는 지점이다.
또한 원작이 다소 복잡한 세계관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 대신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 더 집중함으로써 멜로로서의 정조를 더 잘 살려내고 있다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훨씬 정제된 전개로 이 복잡한 세계관을 훨씬 친절하게 정리해놓은 느낌이다. 실로 '상견니'에 빠졌던 시청자들은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씩 돌려봤던 기억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명작은 리메이크되고 그러면서 또다시 회자되며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고 하던가. '상견니'의 리메이크작 '너의 시간 속으로'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이 꿈꾸는 끝나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를 작품의 리메이크를 통해 그리고 있는 느낌이다. 스토리는 같지만 분명히 다른 존재의 작품으로서 잊지 못할 그리움을 반복하고 있으니.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