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으로 고교 중퇴…열심히 돈 벌어 횟집 사장됐지만 녹조로 문 닫아
좌절 않고 묵묵히 일하다 심장판막 문제로 3번 수술…신장장애 겹쳐 10년간 혈액투석
아픈 몸 탓에 가정도 못 꾸렸지만 꾸준한 봉사활동…못다 한 꿈 이루려 공부까지
째깍째깍…. 정지원(51) 씨 가슴에선 시계 소리가 난다.
마지막 심장 수술에서 달았던 나비 모양의 판막이 열리고 닫히면서 나는 소리였다. 모두가 잠든 밤이 오면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처음엔 그 소리가 싫었다. 삶이 끝을 향해 흘러가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듯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지원 씨에겐 삶의 원동력이 됐다. 소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선의를 받아왔는지 항상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으로 오늘도 지원 씨는 자전거를 타고 비탈을 오른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자전거 벨 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가 뒤섞여 시계 소리를 뒤덮어 간다.
◆일찍 어머니 여의고 17살에 망망대해로… 한평생 일만 하다 심장에 문제
지원 씨는 경남 남해의 슬레이트집에서 태어났다.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치매 걸린 할머니, 부모님, 지원 씨와 남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살았다. 부모님은 남의 논에서 일해 받은 품삯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지원 씨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 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복막염이었다. 이때부터 어린 지원 씨는 연필 대신 괭이를 손에 들고 밭을 일궈야 했다. 겨우 이어오던 학업도 중학교가 한계였다. 고등학교 1학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뱃일을 시작했다. 운반선을 타고 제주도 앞바다까지 가서, 본선에서 잡아 놓은 고기들을 싣고 항구로 되돌아오는 일이었다. 자기보다 스무 살이 훌쩍 넘는 거친 아저씨 선원 10명과 몇 날 며칠을 바다 위에서 부대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지원 씨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즉석카메라로 하늘을 나는 갈매기, 일출 풍경 등을 찍으며 고된 생활을 달랬다.
3년간 뱃일을 하며 번 돈으로 슬레이트집을 리모델링했다. 기뻐하는 아버지를 뒤로한 채 부지런한 지원 씨는 남은 돈으로 부산 회센터 한 코너에서 횟집을 열었다. 3달 동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돼 옆에 코너로 확장까지 했다.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다. 이후 수온 상승으로 발생한 녹조 때문에 수족관에 있던 생선들이 모두 죽고 말았다. 이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지원 씨는 횟집을 접어야만 했다.
좌절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번엔 지인의 소개로 차량 보닛 안에 들어가는 호스 생산 공장에 취직해 또 4년을 일했다. 섭씨 80도에 달하는 뜨거운 쇠 파이프에 고무를 끼우고 성형 기계에 넣어 다시 빼내는 일이었다.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3개 이상 겹쳐 껴도 손은 굳은살로 엉망진창이 됐고, 아무리 철야 작업을 해도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근무 여건이 안 좋았다. '이렇게 살다간 진짜 죽겠구나' 싶던 그때, 이번에도 지인을 통해 좀 더 쉬운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구로 오게 됐다. 이후 아파트 건설 현장에 나가 철거 작업을 돕는 용역으로 일하며 현장 근처 쪽방에서 지냈다.
공장보다 나을 뿐이지 이 일도 쉽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고된 노동으로 단련된 지원 씨는 묵묵히 일을 해나갔다. 그렇게 일만 하다 35살이 된 지원 씨.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기침이 나고,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졸음이 쏟아져 현장 소장에게 혼나는 일이 잦아졌다. 이상하게 몸에 힘도 안 들어갔다. 현장 의무실에 가 혈압을 재봤더니 최고치인 280mmHg(밀리미터 머큐리)까지 올라가 있었다.
◆세 차례 심장 수술 이어 콩팥 수술까지… 힘든 몸으로 꾸준히 봉사활동
택시를 타고 곧바로 지역 대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심장판막을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가 돌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이 일로 2010년쯤 첫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 끝난 줄 알았는데 한 달 뒤 퇴원 전날 새벽, 화장실에 가던 중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서 기계판막으로 연결하는 2차 수술을 진행했다. 2차 수술 후 두 달이 지나 퇴원할 때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또 심정지 상태로 쓰러졌다. 기계판막이 멈춰버린 것이다. 또다시 인공판막과 기계판막을 혼합시키는 3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세 차례의 대수술을 받고 나서야 지원 씨는 비로소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병원비가 발목을 잡았다. 3차 수술 이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기 때문에 그간 병원비가 8천만원이나 나왔다.
하지만 심장만 문제인 게 아니었다. 심장 수술 후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 2차 수술 이후 MRI를 찍었던 당시 의사는 "콩팥의 기능을 100으로 본다면, 당신의 콩팥은 30밖에 기능을 못 하는 상태"라고 설명해줬다. 2014년도에 신장장애 판정을 받았고, 10년 가까이 혈액 투석을 진행하고 있다. 커다란 바늘 2개를 한 부위에 10년째 꽂아오다 보니 팔엔 울룩불룩한 혹들이 생겨났다. 오랜 투석 치료에도 지난해 2월 콩팥이 갑자기 부풀어 올라 9시간에 걸쳐 콩팥 2개를 한 번에 들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원 씨는 이날부터 소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대신 일주일에 3번 병원에 들러 4시간 반 동안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
평생 일만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몸이 됐다. 지금까지 지원 씨는 4명의 연인과 결혼까지 갔지만 번번이 상대방 부모 측으로부터 "당신같이 아픈 사람에겐 우리 딸을 줄 수 없다"며 면박을 당해야 했다. 가슴이 찢길 듯 아팠지만 그래도 웃으며 보내줬다. 그렇게 일자리도, 사람의 온기도 없이 빌라 원룸에 홀로 살고 있는 지원 씨. 정부보조금으로 받는 105만원이 한 달 소득의 전부다. 그중 절반인 50만원은 간 때문에 복용하는 비급여 약값으로 나가고 있다.
좌절에 빠져 세상을 미워할 법도 한 상황. 하지만 지원 씨는 미소의 천재였다. 특히 심장 수술로 병원비가 8천만원이나 나와 힘들 때 심장재단, 구청, 병원 사회사업팀 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좋지 않은 몸으로 수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집 근처 복지관에서 5년 정도 무료급식 조리와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른 복지관에서도 밑반찬 배달 봉사, 주공 아파트 내 독거노인 케어봉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어린 시절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방송통신고등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오늘도 봉사로 독거 어르신 댁에 방문해 청소를 하고 돌아온 지원 씨. 집에 오자마자 비좁은 식탁 겸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친다. 누군가는 비웃을지라도, 삶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살고 싶다. 그리고 미소를 잃지 않을 것이다. 째깍거리는 심장 소리를 배경으로, 공부에 여념이 없는 지원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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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사이비' 교회에서 가혹행위 당한 뒤 정신 이상 생겼는데 최근 폐암으로 남편까지 잃고 곰팡이 핀 집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계은상 씨에게 2,558만원 전달
'사이비' 교회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뒤 정신 이상이 생기고 최근 폐암으로 남편까지 잃는 바람에 곰팡이 핀 집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계은상 씨(매일신문 8월 29일자 10면)에게 2천558만1천3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광고기획감각(손근찬) 2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박매자 10만원 ▷박종천 10만원 ▷전우식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영철 2만원 ▷신종욱 2만원 ▷홍준표 2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베트남에서 행복 찾아 한국 왔으나 남편은 공장 사고 당해 못 움직이고 첫째는 신증후군, 둘째는 우울증 걸려 힘겨운 나날 보내고 있는 음유진 씨에게 2,973만원 성금
베트남에서 행복을 찾아 한국으로 왔으나 남편은 공장 사고를 당하고 첫째는 신증후군, 둘째는 우울증에 걸려 힘겨운 나날 보내고 있는 음유진 씨(매일신문 9월 5일자 10면)에게 55개 단체, 245명의 독자가 2천973만692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문정세무법인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태린(김동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이재만 대구지방세무사회 회장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현대전산인쇄(주)(이기복) 10만원 ▷JKD영어전문학원 5만원 ▷LOGISALL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남의원(김홍구)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하담성명학연구소 5만원 ▷헬스트론 팔달지점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마린슐레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이정추 최재영 각 100만원 ▷김진숙 진민지 각 50만원 ▷성현탁 이신덕 이영석 각 30만원 ▷박전호 박철기 오정환 이성재 이창하 허금주 각 20만원 ▷안정원 15만원 ▷곽용 길순윤 김경애 김순향 김은숙 김진희 박미진 박종률 배우현 안미영 이광원 이남경 이해인 이향순 장정순 전시형 조득환 조성학 최보윤 최창규 최한태 각 10만원 ▷서정훈 7만원 ▷곽해경 김경선 김경호 김연임 김예경 김종철 김훤기 남영희 도현우 박정희 배현주 백미화 변대석 서영교 서정오 서준교 신광련 신황규 안대용 윤상덕 이경자 이대성 이인실 이종하 임명자 임채숙 장승훈 장정선 전우식 전제효 전황근 정원수 조동환 조용찬 차경숙 최선일 한명환 홍윤미 각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강내운 곽병완 권규돈 김덕우 김미진 김민성 김태욱 김평섭 박소영 박승호 박희숙 서은주 유선주 이서연 이석우 이진호 이호연 조동희 조재우 조정화 조진우 최경석 최춘희 황정민 각 3만원 ▷고형호 권오영 김경희 김대평 김동엽 김두일 김석범 김선녀 김태천 류휘열 문세철 박기영 박현주 백만기 서숙영 엄소윤 위옥복 유명희 이대훈 이연화 이재민 이재숙 이재열 이진선 이해수 임지현 전현지 정경희 정재철 정주현 채민기 최은수 허경숙 홍정숙 각 2만원 ▷최정원 최지원 각 1만5천원 ▷강규빈 강명은 권오현 권유진 김광수 김균섭 김다영 김산호 김삼수 김상일 김성옥 김성진 김원기 김원일 김은영 김지현 김태희 남명호 남장호 문민성 박건우 박신흥 박외숙 박인배 박진배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손규리 신상준 신주연 안진영 우철규 원주은 유귀녀 윤소희 윤인주 윤지영 윤태석 이경희 이병순 이소진 이승민 이영수 이정민 이지영 이지호 정서원 정준홍 정충기 조영식 지호열 채은희 최경철 하진욱 황성광 각 1만원 ▷김인희 김현숙 손희정 이진기 정선미 각 5천원 ▷권두영 정호재 각 3천원 ▷김건율 이정민 각 2천원 ▷이현주 최연준 각 1천원
▷'불자노재인' 50만원 ▷'성 암' 20만원 ▷'관세음보살' '예하,찬,봄 파파' '음유진씨힘내요' '주님사랑' 각 10만원 ▷'주님' 5만3천690원 ▷'박부홍힘내세요' '예나.예솔' '일하는손김형수' '재원수진' '힘내세요-김태인' '힘내세요박수진' 각 5만원 ▷'아이둘엄마' 3만2천2원 ▷'결혼' '김예린일본에서' '본인건강도챙겨' '서미교-힘내요' '아프지 마세요' '유진씨에게' '이웃사랑' '정루카' '조금이라도보태' 각 3만원 ▷'yunayunacc' '배건우배선우' '석희석주' '신태겸(베트남 음유' '진주동명고3이지민' '해만진주이안' 각 2만원 ▷'박재현(시흥신천동)' '반규민1009' '작지만전달되길' '장영화(힘내세요)' '조희수힘내세요' '지현이동환이' '희망은있다(석정미)' 각 1만원 ▷'애독자' '화이팅' 각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음유진씨힘내세요'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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