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북대 주최 '블루카본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가 미래 산업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탄소를 줄이려는 학계의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탄소를 줄여 지구의 기후 위기를 덜자는 움직임은 해양생태계 연구 분야에서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블루카본(Blue Carbon)'이 최근 들어 조명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14일 경북대 주최 '블루카본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카를로스 두아르테(Carlos Duarte) 박사가 매일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적인 기후학자로 해양생태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생물다양성과 해양생물학의 방대한 영역을 다루며 대규모 국제협업 경험이 있는 석학이다.
▶해조류가 탄소 저감의 일등공신이라는 게 무슨 얘긴가.
=해양생태계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는 견고한 친환경적 해법이다. 특히 바닷속 해조류는 육상식물과 대등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만큼의 산소를 발생시킨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인 만큼 서식지도 넓다. 기후 변화로 대형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육상과 달리 블루카본의 서식지는 이러한 위험에서 안전하다.
해조류의 생장은 기후변화를 방어할 뿐 아니라 해안 침식을 보호한다. 해양생태계의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식량 안보에도 기여한다. 나아가 건강하게 자라는 해조류는 주변 해수의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해산물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감염성 질환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해조류를 많이 먹었다. 블루카본 연구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나.
=한국은 김, 미역 등 해조류를 채취·양식·섭취하는 문화가 크게 발달돼 있다. 해조류 서식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성장 과정 중 일부 탈락한 해조류 생체도 해저에 오랜 기간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즉 한국인의 해조류 섭취가 대기의 이산화탄소 가스가 해양에 저장되는 통로를 넓혀준 셈이다.
오랜 기간 발달한 한국인의 해조류 양식 기술에도 주목한다. 블루카본 산업과 활용 측면에서 큰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조류 양식 초기 단계인 서구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수세기에 걸친 이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식 기술은 앞으로 대규모 해조류 블루카본 활용 사업 등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연구 개발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나. 한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를 선도할 만한가.
=블루카본 자원 확대를 위해 해조류 양식과 해조류 서식지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적절하게 계획되고 실행된다면 해양생태계를 강화하고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기능을 지원해 사람과 바다의 '윈윈(win-win) 재생 활동'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에 따른 해조류 서식지 변화에 있어서는 저위도 가장자리 인근을 제외하고 취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조류의 열한계(Thermal limit)가 해당 지역의 최고 온도보다 4~5℃ 높기 때문인데 한국의 해조숲과 양식장은 이러한 영향에서 안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블루카본 개념이 제시되기 전부터 기후 변화에서 해조류의 역할을 인식한 선구자였다. 최근 한국에서는 해조류 기반 블루카본 분야의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어떤 과제에 집중해야 하나.
=이미 블루카본으로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인증을 받아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해초, 맹그로브나무, 염습지와 달리 야생의 해조숲은 아직까지 탄소흡수원으로 공식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야생 해조류의 경우 다양한 연구를 필요로 한다. 흡수된 탄소 대부분이 주변 심해에 퇴적된다. 저장된 해조류 탄소를 해안지역의 것과 일치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IPCC 인증을 위해 한국의 동료들과 노력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해조류가 IPCC 탄소흡수원으로 인증받기 위한 전략 및 장애 요인 분석이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IPCC로부터 해조류가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을 받은 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포함되면 탄소국경세 경감 등의 탄소 중립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양생태계를 대규모로 조성한다고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천만 그루의 맹그로브를 심고 블루카본으로 활용될 해조류 복원에 대한 파일럿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녹색 이니셔티브로 블루카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최대 44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 해줄 조언이 있나.
=해조류를 블루카본 자원으로 포함시키려는 국제적 노력 중에는 한국에 유리한 기회들이 많이 있다. 전통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해조류에 대한 가치를 인식해왔고 해조류 생장에 적합한 자연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도전적인 해조류 연구자들의 활발한 활동과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있다.
해조류 블루카본 활용에 있어 한국의 과감한 연구개발 및 정책적 혁신이 이런 기회를 현실화할 수 있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한국 동해안 해조류의 탄소 흡수 기여도 및 활용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동해안은 블루카본 연구센터가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카를로스 두아르테는 누구?
스페인 국적의 해양생태학자로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블루카본'전략을 UN 기관과 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2021년 로이터통신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후과학자 12위에 선정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교수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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