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못 움직이는 남편·신증후군 앓는 딸…드라마보다 더 많은 비극 겹쳐

희망 안고 한국서 결혼했지만 남편, 첫째 임신 중 신경 잘리는 사고 당해
수술 받았지만 다리 절단…식도 종양까지 발견돼 혼자선 먹지도 말도 못해
온 가족 병마와 싸우면서 빚만 쌓여…아픈 몸 이끌고 홀로 생계 책임져

지난 1일 음유진(가명·39) 씨가 공장 사고로 인해 다리를 절단하고 최근엔 식도에 종양 제거 수술까지 받아 혼자선 이동하지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남편 배민형(가명·52) 씨에게 유동식 먹일 준비를 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저 나무들 다 죽었어?"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한 첫 질문이었다. 그땐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참 신기했다. 남편은 한껏 웃어 젖히고 나서야 대답해 줬다.

"아니. 봄 되면 다시 꽃이 피어."

남편의 말이 맞았다. 늘 푸른 베트남 나무들과 달리 한국 나무들은 죽음과 부활을 거듭했다. 이제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을 향해 가고 있다. 단풍을 보고 나면 겨울도 눈 깜짝할 새 올 것이다. 그리고 또 봄이 온다. 봄이 오면, 남편의 절단된 오른쪽 다리가 갑자기 돋아나고, 첫째의 폐에 생긴 구멍도 메워지고, 둘째 손목에 있는 자해 자국도 눈 녹듯 사라지면 좋겠다. 한국의 나무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한국 와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공장 사고, 딸은 신증후군

음유진(가명·39) 씨의 고향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차로 5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남부 도시 '박리에우(Bac Lieu)'다. 이곳에서 부모님은 새우 양식장을 운영했다. 이쑤시개 크기 정도의 새우를 8개월가량 키워 몸집이 커졌을 때 수확해 유통업자들에게 팔았다. 벌이는 시원찮았고, 넷째 유진 씨를 포함해 자식이 7명이나 됐으므로 형편은 늘 어려웠다. 7남매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건 막내 남동생이 유일했다. 유진 씨 역시 고등학교 중퇴 후 매니큐어 바르는 일, 얼굴 여드름 짜는 일, 국수 파는 일 등 일만 하며 지냈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유진 씨는 스무 살에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편 배민형(가명·52) 씨를 만났다. 첫 만남에서 남편은 배꼽 인사를 했다. 처음 보는 인사 방식에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그해 12월 결혼 후 유진 씨는 동경하던 한국 땅을 밟았다. 안타깝게도 유진 씨를 맞아준 건 행복이 아닌 비극이었다. 첫 비극은 첫째 솔미(가명·17)를 임신하던 중 남편에게 찾아왔다. 민형 씨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기계에 목덜미 뒤 신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행히 신경을 이어 붙이는 수술이 잘 끝나 식물인간 신세는 면했지만, 그 뒤부터 손을 완전히 못 펴고 다리에 계속 물집이 생기는 등 문제가 이어졌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는데, 비극은 5살짜리 솔미에게도 들이닥쳤다. 어느 날 솔미의 온몸이 부어올라 근처 병원에 갔다. 꽃가루 알레르기 진단을 받고 계속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큰 병원에 가서야 '신증후군'때문이었단 걸 알게 됐다. 소변에 너무 많은 단백질이 섞여 배출되면서 혈액 속에 단백질이 부족해지고, 그러면서 혈액 안에 있던 물과 전해질이 혈관 밖으로 나와 몸이 붓는 병이었다. 이 때문에 솔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땐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거의 10년 가까이 일주일에 2~3번 신장 투석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자궁 수술 받은 몸으로 공장·집 뛰어다니며 남편 간호

그 후에도 비극이란 이름의 망령은 유진 씨와 가족들을 돌아가며 괴롭혔다. 그것은 특히 민형 씨에게 집요하게 달라붙은 듯했다.

민형 씨는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이후부터 서서히 거동이 어려워져 지체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다시 취업도 못한 채 집에만 있는 신세가 됐다. 5년 전엔 신경을 다친 여파로 괴사가 온 바람에 오른쪽 다리를 무릎 밑까지 절단해야만 했다. 5개월 전부턴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숨 쉬는 게 어려워지는 등 이상 증상까지 나타났다. 식도에 생긴 종양 때문이었다. 종양 제거 수술 후 식도에 관을 삽입해야 했기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음식도 아예 못 먹는다. 유진 씨가 유동식을 주사기로 남편 배에 주입하는 식으로 음식 섭취가 이뤄지고 있다. 민형 씨는 아내 없이는 목에 낀 가래도 처리하지 못하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 유진 씨는 몸이 2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다. 유동식을 다 주입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출근 준비까지 하려면 새벽 4시엔 무조건 기상해야 한다. 주입이 끝난 뒤 7시 20분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장으로 출근한다.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쉬는 시간인데, 이때도 유진 씨는 쉴 수 없다. 집으로 헐레벌떡 달려와 흡입기를 통해 남편 목에 쌓인 가래를 빼주고, 씹는 연습을 위해 미음을 먹인 후 다시 회사로 뛰어간다. 점심시간에도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유동식을 먹이고 공장으로 복귀한다. 사실 유진 씨 또한, 2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수술을 받고, 지난 3월엔 양성 혹이 발견돼 자궁을 완전히 들어냈기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러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오후 5시 퇴근한 뒤에도 남편 간호와 집안일 때문에 쉴 수 없는 실정이다.

아이들 상태도 마찬가지다. 솔미는 지난해 여름 기흉(폐에 구멍이 나 이로 인해 흉막강 안에 공기 또는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이 발견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 이후로도 한 달에 2~3번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둘째 딸 솔지(가명·15)는 우울증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손목에 자해도 하고, 학교도 종종 빠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우울증 약을 먹다가 약 의존을 줄이기 위해 지금은 다시 끊은 상황이다. 유진 씨는 아픈 남편과 첫째를 돌보느라 상대적으로 둘째에게 신경을 못 써줘서 그런 거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온 가족이 번갈아 병마와 싸워오면서 발생한 금전적인 문제도 상당하다. 민형 씨가 휠체어를 타면서 어쩔 수 없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 오느라 생긴 빚과 수시로 발생하는 각종 병원비, 자궁 문제로 유진 씨가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생활고 때문에 생긴 빚이 차곡차곡 쌓여 은행 대출이 3천600만원, 지인 등에게 빌린 돈은 4천만원에 달한다.

오늘도 공장에서 고기 손질을 마치고 후다닥 달려와 남편에게 유동식을 먹이고 있는 유진 씨. 그 표정이 유독 지쳐 보인다. 이렇게 많은 비극이 겹치는 경우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흔치 않았다. 그래도 드라마 속에선 고통 받아온 주인공은 언젠가 행복한 결말을 맞곤 했다. 유진 씨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올까. 유진 씨는 야속한 희망에 한 번 더 기대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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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어린 시절엔 아버지에게, 커서는 남편에게 가정폭력 당해왔으나 9개월된 아들만 보고 힘내려 하는데 자궁암 판정까지 받은 장소영 씨에게 2,229만원 전달

어린 시절엔 아버지에게, 커서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해왔으나 9개월된 아들만 보고 힘내서 살아보려 했는데 자궁암 판정까지 받은 장소영 씨(매일신문 8월 22일자 10면)에게 2천229만7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이창영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윤인주 1만원 ▷이서영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진기 5천원 ▷이장윤 2천원 ▷'해만진주이안'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이비' 교회에서 가혹행위 당한 뒤 정신 이상 생겼는데 최근 폐암으로 남편까지 잃고 곰팡이 핀 집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계은상 씨에게 2,494만원 성금

'사이비' 교회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뒤 정신 이상이 생기고 최근 폐암으로 남편까지 잃는 바람에 곰팡이 핀 집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계은상 씨(매일신문 8월 29일자 10면)에게 55개 단체, 164명의 독자가 2천494만6천3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찬종)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학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이재만 대구지방세무사회 회장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뉴세븐모터스 7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 (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 (박준석) 5만원 ▷명ＥＦＣ(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봉산교회(김명묵)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중앙안과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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