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배 갈라 새끼 꺼냈다"…'합법' 번식장의 충격적 민낯

입력 2023-09-03 07:23:53

위액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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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허가받은 한 개 번식장에서 상품가치가 없는 개를 도살하는 등 잔혹한 동물 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동물보호단체들은 번식장에 남아있는 1천400여 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we.a.c.t)는 지난 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의 개 번식장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를 고발했다. 위액트는 전날 밤 해당 번식장에서 심각한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다른 동물권 단체들과 함께 현장을 급습했다.

위액트는 "죽은 어미의 배를 갈라 새끼를 강제로 꺼내거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개는 근육이완제로 죽이는 등 끔찍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현장을 직접 가보니 '국가 허가를 받은 최고 시설'이라는 이곳엔 죽음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강아지) 아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냉동실에는 신문지에 대충 감싸진 (강아지) 사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장에는 불법 증거들이 넘쳐났다. 산모견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아기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출산 후 1달이 되면 자견들은 경매장으로 팔려갔다"면서 "허가 번식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불법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덧붙였다.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위액트는 번식장 급습 현장을 SNS를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1천여마리의 개들이 울타리로 겨우 분리된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모여 사육되고 있었고, 다리가 없거나 털이 다 빠진 채 피부가 곪아있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보이는 개들도 있었다.

위액트는 "사료를 바닥에 던져 싸움이 나고 서로 물고 뜯다 죽어간다"고 말했다.

배가 절개된 채 죽은 어미개의 사체도 발견됐다. 번식장 측은 임신한 강아지가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문구용 커터칼로 배를 갈라 새끼만 꺼내 판매하고 어미견의 사체는 그대로 묻으려했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이 대표 몰래 어미개의 배를 봉합한 뒤 신문지에 싸서 냉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미개 외에도 냉장고에는 신문지에 쌍인 개 사체들이 그득했다. 냉장고가 다 찰 경우 뒷산에도 사체를 묻었다. 사체처리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드는 작은 개만 동물병원을 통해 합법적으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위액트는 사체들을 보고 "이보다 더한 지옥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번식장을 급습한 단체들은 약 1천400여마리의 소유권을 포기 받았다.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학대가 자행되던 경기도 화성시 한 합법 개 번식장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이후 경기도는 이곳에서 1천400여마리를 도의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인 '경기 반려마루' 등으로 이송해 보호 조치했다. 김동연 지사가 동물단체들의 제보를 받고 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김 지사는 2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생존 동물 구출·이송 상황을 함께하며 "끔찍한 현장에서 구조된 개들을 경기 반려마루로 이송하고 있다"며 "경기 반려마루는 아직 정식 개관 전이지만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소중한 생명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즉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특별사법경찰단이 현장에 즉각 출동했고, 축산동물복지국이 현장에서 개들을 보호했다"며 "대한민국 동물복지 수준을 이제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 변화의 중심 경기도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