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나른한 책방, 치우친 취향 운영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초청
새벽 2시까지 함께 책 읽기…철야 책방
지난 25일 오후 9시 30분 찾은 대구 북구 칠곡 동천동의 동네 책방인 '나른한 책방'은 어둑한 동네 골목 속에서 환한 빛을 내뿜었다.
일반적인 책방 운영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안데도 책방 안에는 파자마 등 편한 옷을 입은 시민 5, 6명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눕거나 벽에 기대는 등 각자 편안한 자세였다. 이들은 이런 자세로 이날 새벽 2시까지 독서를 이어갔다.
나른한 책방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하반기 '심야 책방' 운영 서점으로 선정됨에 따라 첫 심야 프로그램으로 이같이 '철야 책방'을 진행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장인 이학철(40) 씨는 "금요일 술을 먹는 대신 책을 읽는다는 게 색다르고 낭만적이라는 생각에 SNS를 통해 신청했다. 올해 책을 많이 읽으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좋은 시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폐점 시간을 연장해 서점별 특색을 살린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심야 책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하반기(8~11월) 심야 책방 운영 서점 50곳을 선정했다. 심야 책방은 시민들이 지역 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으며, 대구에서는 북구 동천동의 '나른한 책방'과 북구 읍내동의 '치우친 취향'이 뽑혔다. 하반기 심야책방은 지난 25일 첫 운영을 시작으로 ▷9월 22일 ▷10월 27일 ▷11월 24일에 각각 운영된다.
또 다른 심야 책방인 '치우친 취향'은 첫 프로그램으로 영화 '남매의 여름밤'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전 신청 접수로 11명의 관객이 책방을 찾아 감독과 영화 제작 비하인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장인 보니(29) 씨는 "아늑한 공간에서 책도 보고 와인도 즐기면서 감독님과 이야기할 수 있어 무척 뜻깊었다"며 "평소 치우친 취향을 자주 찾는데, '남매의 여름밤' 영화를 좋아하던 찰나 감독님이 오신다는 소식에 얼른 신청했다. 감독님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치우친 취향은 연말까지 두 차례 작가와의 만남과 책 모임을 진행한다. 9월 엄태주 작가와의 만남, 10월 요조 작가와의 만남을 마련했고 11월에는 책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를 읽은 책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첫 프로그램으로 철야 책방을 진행한 '나른한 책방'도 연말까지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김예진 북다마스 대표, 은유 작가를 초대해 관객과 소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백소현 나른한 책방 대표는 "손님과 함께 파자마 입고 밤새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 드디어 실현됐다.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며 "동천동 지역엔 동네 책방 관련 콘텐츠나 인프라가 잘 없어 운영이 쉽지 않다. 책방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실질적인 행사나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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