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한중다문화아동 강문보 군
3년간 그린 유화 등 30여 점 전시
8월 20일까지 봉산동 갤러리오늘
"그림을 그리는 게 정말 재밌고 좋아요."
9살 화가 강문보 군의 첫 개인전이 갤러리오늘(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에서 20일까지 열린다. 3년 전 취미로 시작해, 화실에서 배우며 그린 작품 30여 점 전시됐다.
강 군은 한·중 다문화 아동이다. 2014년 대구에서 태어나 베이징 중국런민대학 부속 소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의 재능을 발견한 건 중국 내 최고 미술대학으로 손꼽히는 중앙미술학원 출신의 미술 교사. 남다른 실력을 보고, 학년생 1천500여 명 중 20명을 뽑는 별도의 미술 교육과정에 강 군을 선발해 가르쳐오고 있다.
강 군은 ▷2022년 2월 중국 국가체육총국 동계스포츠관리중심 주최 전국 청소년 겨울스포츠 홍보대회 전국 1등상 ▷2023년 5월 중국 전국 청소년 문화창작테마교육대회 '내 마음속의 영웅 그리기' 서예·회화대회 베이징시 1등상 등을 수상하는 등 중국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 군의 그림은 소재도, 기법도 다양해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크레파스부터 유화 물감, 펜, 수채화 물감, 분채 물감이 한 화면에 다채롭게 등장한다. 구겨진 종이나 그림, 솜뭉치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 피카소와 고흐의 느낌을 살린 표현도 눈에 띈다. 또 그림마다 담긴 다양한 얘기도 재미를 더한다.
한 그림을 살펴보면 몸집이 작아진 사람들이 목말을 타고 거대한 문의 문고리를 간신히 잡고 있고, 타이어를 뽑아서 역도로 쓰기도 한다. 거대한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도 작은 사람이 들어있다.
강 군은 "'거인의 왕국'이라는 책을 읽고 영감을 얻어 소인국을 그린 상상화"라며 "코로나 때 학교를 못 가 답답한 상황에서, 책이나 영상을 보고 상상을 더해 그린 그림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림은 선인장 화분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옆에 놓인 작은 화분도 얼굴이 그려져있다. 크고 작은 선인장을 보며 머리카락이 뾰족뾰족한 자신과 동생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게 강 군의 설명이다.
강 군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은 검은 펜으로 그린 흑백의 그림들이다. 특히 히말라야 설산을 그린 그림은 섬세한 펜 터치와 명암이 돋보이며, 자유로운 선 속에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림에서는 무한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강 군의 아버지인 강호구 중앙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옆에서 말을 해도 못들을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하다"며 "재능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그림을 즐기고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양국의 다른 미술교육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다른 교육 환경 속에서 자란 아동의 천진난만한 동심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강 군은 "흑백의 색채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것도 즐거워서 만화가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것"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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