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35>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

입력 2023-08-07 11:06:27 수정 2023-08-07 16:44:47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이탈리아. 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 게티이미지뱅크.

나폴레타나(Napoletana, 나폴리 민요)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 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루치아 산타루치아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도시는 바람 한 점 없는 열섬이 되어 밤낮으로 달아오른다. 집안에 갇혀 창밖으로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흰 구름을 바라본다. 태양의 나라 이탈리아의 나폴레타나가 저절로 떠오른다.

나폴레타나는 나폴리 지방에서 발생하여 불려진 노래다.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지중해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여러 개의 도시국가로 나누어져 있었다. 남부 지역은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겪었고 이에 맞서기 위해 비밀결사 조직을 만든 것이 마피아의 시초가 되었다. 주민들은 현지 권력인 마피아를 따르게 되었고 사정이 좋지 못한 남부에서 불법과 탈세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마피아는 남이탈리아식 온정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조직과 제 사람 챙기기, 핏줄에 대한 정 등 협객 정서와 집단 내 이타주의가 남다르다.

마피아에게는 '오메르타'(omerta)라는 침묵의 철칙이 있다. '죄수의 딜레마'와 달리 배신에는 이익이 아닌 죽음이 따른다. 배신에 따른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조직을 배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자기희생을 치르는 개인이 많을수록 집단은 번성한다. 강력한 제재에도 마피아가 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잔잔한 바다 위로 저 배는 떠나가고

노래를 부르니 나폴리라네

황혼의 바다에는 저 달이 비추이고

물 위에 덮인 하얀 안개 속에 나폴리는 잠든다.

산타 루치아 잘 있어 서러워 말아다오.

산타 루치아 항은 무솔리니가 마피아 소탕 작업을 시작하면서 위협을 느낀 남부 마피아들이 미국을 향해 떠나가던 마지막 항구였다. '산타 루치아'와 '먼 산타 루치아'에는 이들이 누대로 살아온 고향과 이별하는 심정이 담겨 있다. 가사에는 아쉬움과 회한, 다시 돌아오겠다는 확신과 고향을 향한 축복이 담겨 있다. 쫓기며 떠나는 항해다 보니 노래는 밤을 배경으로 한다. 별빛 비치는 '산타 루치아'가 지금 막 나폴리 항을 떠나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면 달빛 비치는 '먼 산타 루치아'는 뱃전에서 바라보는 나폴리의 원경을 그린다.

마피아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뉴욕과 시카고 등으로 건너가 밀주 사업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불법과 범죄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동시에 음모와 기만, 피의 복수로 이루어진 범죄 조직을 우정과 정의, 명예, 관대함으로 아름답게 포장할 줄 알았다. 지역사회에서도 소상인이나 약자를 보호하며 폭넓은 신뢰를 확보했다. 영화 <대부>는 이러한 이중성을 성공적으로 부각시켰다.

한국인들과 이탈리아인들은 비슷한 점이 많다. 가부장적이고 노래를 즐기며 고향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과시욕도 심하고 뒤끝 또한 길다. 한국의 전통 욕 문화만큼이나 남부 이탈리아도 욕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두 나라 모두 저급한 욕은 상대방의 가족을 들먹이며 저주를 퍼붓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 다혈질인 것 같다.

나폴레타나는 이별을 단조로운 슬픔이 아니라 잔잔하지만 가슴 뭉클하게 스며드는 감동과 예술성으로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