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얼마 전 사람 없이 AI 로봇이 직접 조종하는 항공기가 나올 거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KAIST 연구진은 항공기 운항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형 파일럿 '파이봇'을 공개했다. 파이봇은 최근 떠오르는 챗GPT의 두뇌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사람처럼 기본적인 조작법이 두뇌에 모두 입력돼 있고 비상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는 로봇이 조종사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대체하여 머지않아 영화 속에서나 보던 무인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이 진정 '혁명'의 수준에 이른 것이다.
사실 이런 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기술 진보에 대한 경탄과 함께 불안한 마음도 동시에 드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결국 향후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시장에서 몰아낼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우려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사람들을 불안으로 몰고 악용하려는 위협과 협박의 정치경제학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산업혁명 등 몇 차례 '혁명'을 경험했다. 산업혁명의 결과 인류는 어떻게 되었나?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사람들을 가난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는가? 역사는 그와 정반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산업혁명으로 여러 사회문제가 동반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과거 오직 왕이나 일부 귀족들만 즐길 수 있었던 부와 문명의 혜택을 지금 그들보다 훨씬 많이 누리며 살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종(species)의 본성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나 더 작은 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이를 위해 인간은 더 많이 고민하고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기술 진보의 장기적인 효과는 우리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인간의 노동을 자유롭게 한다.
새로운 로봇과 기계의 등장으로 그동안 특정 분야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분야의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로봇이 대신하면서 절약된 자본과 임금은 다른 분야에서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이 추가적인 노동력과 자본이 결합되어 기존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이다. 결국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장기적인 결과는 과거와 같은 노동력으로 새로운 노동력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학자들의 이론적인 예측이 아니다. 이미 대구시는 이에 대비해 로봇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미래의 변화를 미리 관측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의 노력으로 실현된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그랬고 현대자동차가 그랬다. 게다가 자유시장은 창조적인 기업가들의 경쟁을 촉진하여 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최종적인 수혜자는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새로운 노동시장의 임금으로 지불될 금액을 늘리게 된다.
경제는 모든 산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이다. 한 분야에서의 절약은 다른 부분의 이득이 된다. 로봇이 지금 당장 일부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아 갈 수 있지만 결국은 그 돈을 다 돌려주는 셈이 된다. 자동차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마차와 관련된 일자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마차가 주력이었을 때의 운송 시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거대한 자동차 시장이 생기고 제조업과 운송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물론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변화에 따라갈 수 없는 산업 분야와 근로자들이 발생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단기적으로 피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일터로부터 쫓겨난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기술 진보의 결과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초래된 시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종식시키고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응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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