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속 골프' 홍준표 시장, "잘못없다"→"부적절"로 입장 바꾼 이유는?

입력 2023-07-19 16:09:45 수정 2023-07-19 17:24:17

"전국적 수해 우려 상황에 부적절 지적 수용"
"재난 대비 메뉴얼 어긴 일 없어"…국민 정서 설득 어렵다 느낀듯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사과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수해 중 골프 논란 속에서도 규정을 지켰다는 주장을 고수하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과 충돌에도 자신의 주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던 홍 시장이 머리를 숙이는 모습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15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원칙과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집중 호우로 전국에서 인명피해가 잇따르던 지난 15일 오전 11시 30분쯤 대구 팔공CC에서 측근들과 골프를 치다 1시간만에 중단했다.

당시 대구는 공무원 비상근무 2단계가 발령된 상황으로 전 직원의 20% 이상이 비상 근무 중이었다.

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홍 시장은 "주말에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 "전 직원 비상대기령을 내리지 않았다", "재난대비 메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반발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지난 17일에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한 이후 취재진과 만나 "대구에 상황 자체가 없었다.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 그런다고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고 할 사람이냐"고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홍 시장의 반박에도 국민들의 시선과 당내 여론은 냉랭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18일 '홍준표 대구시장 수해 시 골프 논란 관련 징계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직권 상정했다.

윤리위는 20일 오후 회의를 열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지 결정할 예정이다.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 시장은 사실 관계 등 잘잘못을 따지는 설명으로는 돌아선 국민 정서를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중 호우로 경북 22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이르고 13개 지자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만큼 호우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재난대비 메뉴얼'을 따지는 식으로는 '수해 속 골프'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고심 끝에 이날 오전 공식 사과 방침을 대구시 간부들에게 전달했고, 입장문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홍 시장은 정치 인생 27년 동안 '사과'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수해 골프 논란은 국민 정서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논리적인 설명으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