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간 극한호우 빈도 급증…"기후변화 때문"
방재시설 보완하고 예방 시스템 재정비 해야
기후변화가 일상으로 다가왔다. 한반도를 강타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는 매년 반복될 수 있다. 급증한 한국의 여름철 '극한호우'에 맞는 새로운 방재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극한호우'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극한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를 말한다. 1시간에 30㎜ 이상 혹은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보다 강도가 센 폭우다. 극한호우 때는 차량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년간 한반도 여름철의 집중호우 빈도는 급증했다. 기상청이 지난해 발행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1시간에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198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국종성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집중호우와 극한호우 모두 이상 기후 현상"이라며 "통상 기온이 1도 증가하면 수증기가 7%씩 증가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졌고 그에 비례해 비의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극한호우 빈도가 늘어나면서 재난·재해의 위험도 같이 커지고 있다. 극한호우는 짧은 시간 동안 폭포비를 쏟아붓기 때문에 침수와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해를 유발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포항 지하 주차장 침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재난·재해 예방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극한호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재시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군산에는 하루 동안 364.8㎜의 비가 내렸다. 관측을 시작한 1968년 1월 1일 이후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치였다. 하지만 지난해 폭우 피해 이후 하수도 시설을 재정비한 덕분에 올해는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다. 위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대응한 것이 효과를 봤다.
이승수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10년 사이 기존 하수관거 설계 용량을 뛰어넘는 비들이 내렸다. 한국은 하수관거 용량이 부족해 생기는 내수 침수 유형이 가장 많다"며 "단기적으로는 하수도 관로 정비, 차수벽 설치, 예·경보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강수 데이터를 확보해 하수관거 용량을 늘리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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