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취약하고 오염된 더러운 것들을 예술로 표현하고 담아내는 변방연극제'
올해 21회째 개최되고 있는 예술가의 변방의 소리 '서울변방연극제(예술감독, 김진이 프로그래머, 유성희·윤소희·원지영, 한민주 프로듀서, 권서령·염한별·장윤하)'가 평택, 서울 마포와 서대문 등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연극제는 '취약하고 오염되고 더러운 것들의 축제'를 표방하고 있는 축제다. '취약· 오염·더러움'이라는 주제로 바라보는 12개 작품들이 변방다움으로 이색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이중 세 작품(오프리밋, 공중제B, 등장하는 퇴장)의 이야기다. <오프리밋>과 <공중제B>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예술적인 방식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변방에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 들어있다. 자연환경, 공간과 장소 일상의 인물들을 예술적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체험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예술'이라는 방식을 우회하고 예술은, 특별하다는 인식보다는 예술적인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친환경 무공해 체험으로 얻어지는 일상의 경험이 '예술'로 느껴지고 주제로 이어지는 변방 연극제의 창작작업들이다. 연극은 예술적인 가공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적 감각의 체험이라면 이러한 감정의 감각들은 우리의 일상성 안에서도 충분히 느끼게 되는 경험들일 수 있다. 올해 '변방연극제'는 경험을 특별하게 체험하는 변방연극제 방식의 공연들이다. 드라마를 보는 방식보다 다큐멘터리를 체험하는 느낌이다. 역사박물관, 거리의 맛집, 자연체험, 주변의 풍경들과 이웃집 사람들과 일상의 상황들과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모든 일상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특별하게 기억되지 않았던 것들을 '특별한 경험'으로 저장되어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누군가 평범한 시간의 한 장면을 재현하거나 일상을 표현한다면, 그 과정이 객관적인 예술적 경험으로 변주되는 것이라 할까. 두 작품은 무공해 체험이었고 구자혜 연출의 <퇴장하는 등장>은 구조화된 언어, 공간, 배우의 진실한 연기와 언어가 등장하는 퇴장까지 재현성이 파괴하고 과감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번 일상의 감각으로 체험하는 변방연극제' '오프리밋'에서 '공중제B'처럼 <퇴장하는 등장> 작품 리뷰도 특별한 체험방식에 대한 글이 될듯하다.
◆'오프리밋' 밖, 변방의 삶
평택(平澤)은 평평한 호수라는 뜻 말로 평등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미군기지가 있고,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과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프리밋>(off-limit, 사) 햇살사회복지회) 은 평택 안정3리 '기지촌 여성 평화박물관'에서 진행된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과 이야기를 박물관 공간에서 구술로 진행되는 구성이다. '오프리밋'은 접근금지지역으로 미군 전용 클럽이 영업이 정지되면 미군들이 오프리밋을 붙였다. 영업정지부터 클럽 여성들은 며칠 생존의 위기에서 변방의 삶이 연속된다. 평화박물관 위치가 '안정 3리'인데 일화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 (K-6 캠프 험프리스)가 주둔하면서 당시 기지촌 클럽 여성분들과 주민들이 사셨던 허름한 '일곱 집'정도만 살았던 곳이었다고 붙여졌다. 이분들 삶을 연극 '일곱집매'(2013, 이양구작, 문삼화 연출)로 다루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2021년에는 피해 여성 할머니의 기부와 사회적인 관심으로 현재 안정리에 주택 부지를 마련해 '기지촌 여성 평화박물관'이 지어졌는데 터가 동서남북 햇살을 받는 명당(明堂)이다. 당시 국가가 침묵 적으로 미군을 위한 기지촌을 조성했는데, 양공주 시대의 아픈 현대사를 치유하고자 하는 바람들이 자연 빛으로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2014년에는 기지촌 할머니 120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8년의 긴 싸움으로 이어졌다. 24명의 할머니는 판결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지난해 대법은 1950~1980년대까지 국가가 미군 주둔지 주변에 기지촌을 관리하고 성매매를 조장하는 국가폭력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생존자 95명 할머니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강제적인 성병 검진과 치료 기록은 국가가 기지촌 운영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됐다. 당시 젊은 시절 기지촌을 전전하시며 사셨던 김숙자 할머니는 대법 판결을 얘기하시며"이제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한다. 기지촌 여성들의 역사와 사진, 물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평택' 공간은 김숙자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된다.
박물관 공간은 (오프리밋, 빈방 있음, 역사와 기록 그리고 할머니들의 물품들이 전시된 상설전시관'평택') 정도인데, 공연은 평택역에서부터 이동하면서 할머니들의 증언과 그 시절 클럽 여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체험방식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평택역 2번 출구 밖에서 공연팀들이 관객들을 패키지 핵심 투어 여행객처럼 재밌게 인솔하고 안정리까지 10인승 승합차로 이동한 뒤 초입부터 일곱 집 매 골목길을 오르면서부터 시작된다. <숙자 이야기>(2013, 연출, 노지향)에 출연했던 미군 기지촌 여성이었던 시간의 흔적을 체험하게 한다. 각 공간에서 퍼포머의 조력으로 이루어지는 할머니들의 구술 이야기들로 시작되는데 물품과 사진 앞 몇 분 앉아계시고 김숙자 할머니가 27살에 20살 미군 청년 '영철'이를 만난 이야기를 우연히 그 공간에서 만나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진행된다. 고향 집을 뛰쳐나와 기지촌을 전전하며 성병 검사를 받은 일들을 담담히 소환하고 여전히 할머니의 가슴에는 영철이의 사랑이 그 시절로 박혀 있다며 고단한 삶을 지워주었던 남자였다는 수줍은 고백을 쏟아낸다. 칠순 중반에 사랑하고, 보고 싶은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며 당시 미국으로 떠난 우리 영철이가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 녹음한 테이프를 들어보라는 웃음의 말은 역사의 아픔으로 저려왔다.
'빈방 있음' 공간은 폐기 할머니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방은 기지촌 할머니 한 분이 고독사한 방을 재현한 단칸방이다. 발견 당시 문 앞에 '빈방 있음'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빈방주인은 고독한 죽음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흑백 TV 한 대와 선풍기, 어수선한 옷장과 이불이 현실을 버텨온 살림 전부다. 할머니의 삶의 흔적에는 남루한 노년 삶이 배여 있다. 폐기 할머니는 미군클럽에서 경리로 일하면서 미군을 만났던 일을 들려준다. 그 옆에는 할머니와 대화를 하는 퍼포머가 삶의 흔적을 유도하고 기억을 소환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정도다. "나는 매일 클럽에 찾아오는 미군이 통역사를 데리고 와서 날 사랑한다고 하기에 깜짝 놀랐제. 그 사람 술도 안 마시고 종일 앉아서 나만 쳐다보는 거야.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결혼하면 미국으로 유학 갈 수 있고 공부도 실컷 할 수 있다는 말에 결혼해서 미국 갔어. 어린 나이에 사랑도 뭐도 몰랐고, 갔더니 그 남자 집안이 의사도 하고 뭐, 굉장한 집안이야. 동양 여자를 좋아했겠어. 남편이 좋아 한다니 시어머니가 인정하데. 그런데 내가 그 남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어. 잠자리도 거부하고 하니까, 싫지. 미국에서는 그게 법으로 문제가 되더만. 남편이 사랑한다고 학교 앞에 얻은 집까지 찾아왔는데, 내가 경찰에 신고도 하고 그렇게 난리를 피우고 헤어졌어. 그때는 무서웠고 공부시켜준다니께 따라간거제."
패션디자이너를 공부하고 싶어 미군을 따라 유학한 경험, 어린 나이 결혼은 사랑보다는 공부 욕심 때문에 그랬다며 돌이켜 보면 의사였던 남편이 자신을 정말 사랑한 것 같았다며 반세기 전 헤어진 이야기를 어제처럼 쏟아놓는다. 마지막은 참여자들과 할머니, 어린이 선샤인 합창단들이 모여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찬원의 시절인연,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진시몬의 보약같은 친구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끝나는 체험 여정이었고 일곱집매를 쓴 이양구 연출이 보였다. 변방연극제 취지에 공감하는 의미는 있는 기획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좀 더 체험방식을 극적인 구성으로 골목부터 각 공간을 감각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마지막은 박물관을 나와 깃발을 따라 미군 부대까지 걸어가는 것까지였다. 현대화된 길은 여전히 미군클럽이 보였고 아시아 여성들이 미군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강렬한 음악이 흘렀고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 왔다. 우리 팀을 인솔한 노란 깃발 인솔자(공연팀)의 마지막 말은 " 저 앞이 한국전쟁 이후 세워진 미군 부대 험브리스 입니다"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고 승합차는 평택역 앞에 세워졌다. 돌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니 이것도 일상이 주는 연극적인 체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중제B처럼 '텃밭'을 날아라.
'공중제B'는 주말에 화정역에서 내려 '고양 찬 우물 농장 내 '마요 문명'이라는 텃밭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공중제B'는 체험방식단계를 코스요리처럼 설명해 놓은 일정 메뉴판 이름이다. 기획자들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관객으로 참여하는 7명 정도가 공중제B 코스 일정을 감각하는 방식이었다. 요즘 유튜브 ' 먹방' 콘텐츠에서는 소문난 노포 맛집 탐방을 하고 유기농 음식들만 모아 맛 평가 별점을 매기는 시대에 '공중제B'는 텃밭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수확하는 노동 체험하는 방식이다. 텃밭 출발부터가 재미있다. 공연참여자(퍼포머)들이 그날 체험하는 관객 7명을 대상으로 공중제B 코스에 관해 설명하고 친환경 재래식 변소체험도 권장한다. 한 5평 남짓한 친환경 유기농 방식의 마요 문명 텃밭으로 이동해 그날 샌드위치에 담을 각자의 채소들을 수확한다. 감자를 캐고, 상추를 따고 방울토마토와 바질, 아스파라거스, 루콜라, 애플민트 등 채소들을 먹을 만큼 바구니에 담고 채소들을 씻은 다음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공간은 찬 우물 농장 농부들이 공유하는 장소인데 퍼포머 한 분이 특별식을 만들라며 친환경 완두콩을 삶아서 나눠준다. 그동안 완두콩은 특별하지 않은데 이날 만큼은 콩 한 쪽도 특별식이 되었다.
샌드위치 이름짓기 시간도 주어졌다. 재료를 왜 넣었는지 스토리를 만들어 설명하는 ' 나만의 샌드위치 이름도 지어야 한다. 낱말카드를 주고는 낱말을 구성해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 낱말과 연관해 그날 버스를 타고 어렵게 찾은 마요 문명 텃밭'에 대해 얘기했는데 뒤에서 웃음이 터졌고 샌드위치 맛은 몸의 감각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갈 때는 감자와 방울토마토 몇 개를 가져갈 수 있다고 해서 몇 분은 가져간다. <오프리밋>과 <공중제B>는 탈 연극적인 방식이다. 무대 공간은 관객들이 직접적인 체험적 행위 과정을 통해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인식하게 되는데 체험적 경험은 각자의 느낌과 감정의 감각들이 다르게 소통되고 교감하는 방식이다. 특정한 메시지, 감정과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주입식 관극보다는 객관적 공유체험이다. 극적인 체험은 중요하지 않다. 일상적인 환경과 특정 공간에서 느껴지는 참여자 각자 방식으로 느껴지는 노동이 행위이고 이동하며 느껴지는 몸의 감각, 사유, 공감, 감정 순환은 극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극장 공간에서 얻어지는 감각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일상과 극장은 극적인 경험이 다르다는 인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퇴장하는 등장>으로 이어지는 말하기 방식
구자혜 작, 연출의 <퇴장하는 등장>은 우체국 통폐합으로 창전동우체국이었던 공간을 전시, 공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탈영역우정국'에서 진행되었다. <퇴장하는 등장>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작업 스타일처럼 연극적인 장치, 재현 적 특성과 텍스트, 언어, 거짓으로 치장된 연기술과 행위, 배우의 극적인 행동과 문장구조, 인물의 감정을 구조화한 대사나 인물의 언어는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배제하고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언어와 행위, 텍스트, 서사의 진실성은 극장이라는 재현공간에서 발화되는 진실적 행위가 아닌 것이다. 그 자체를 위선적인 행위로 바라본다. 극장 안 배우의 언어는 특수 가공한 예술적 모양을 만들어 장면과 상황, 인물들과의 대화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행동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쓰일 수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따라서 <퇴장하는 등장>에서 텍스트로 성립된 언어의 의미는 퍼포머의 무감각적으로 절제된 감정과 도구일 뿐인 대사로 전달된다. 재현의 일상을 허물고 말하기의 반복성으로 극적 일루전을 파괴하고 극장은 탈 일상성을 들어내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연출에게 무대 공간은 재현성을 파괴하고 극적인 환영을 과감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배우의 말(대사)은 극한 발화 상태로 내몰려 감정의 내·외면을 응축하고 표면의 감정을 물화(物化)시키기도 하고 극장 공간에서의 발생하는 연극적 허구의 행위와 치장된 언어는 존재하는, 존재할 수 있는 실재를 들어낼 수 없는 인물이 된다. 행위와 언어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공간으로 발화되었을 때 당연히 여기는 극장의 '말하기'와 언어는 실재하는 진실의 언어로 치환된다는 작업방식이다. 말의 감정으로 현혹하는 언어는 진실을 가장하고 치장된 언어이며, 재현성과 허구적 상상으로 그려지는 극적 일루전의 무대 환영만 존재하므로 연출에게 공간과 극장은 날것 그대로의 말로 전달되는 의식의 공간처럼 보인다. 이번< 퇴장하는 등장>도 거칠고 친절하지 않다.
공간은 평형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관객들은 서로 다른 벽면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같은 극을 보고 있다. 다른 각도 동일 공간환경이다. 그 벽면으로는 동일한 텍스트가 투사된다. 등장하는 인물은 활자화된 언어를 읽으면서 그 어떤 감정의 리듬을 부여하거나 감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공간을 이동할 뿐. 문장을 읽고, 띄어 읽고, 쉬고, 문장을 반복시키면서 소리의 세기로, 쉼과 음절의 사이로, 끊기 방식으로 텍스트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의 언어와 상황들을 전달하고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가장 진실이 되는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텍스트의 언어는 퍼포머(전박찬)에 의해 공간으로 발화되고 읽기 방식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공간의 속도를 다르게 해서 천천히, 때로는 빨리 움직일 뿐이다. 관객들은 텍스트의 끊기의 방식과 쉼, 반복, 단어 세기, 소리의 강약, 쉼과 말하기의 방식의 차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텍스트의 의미를 생산해 내고 퍼포머는 그 텍스트를 반복적인 소리로 발화시키는 기호가 될 뿐이다. <퇴장하는 등장>까지, 배우의 감정, 텍스트, 공간, 연기, 진실, 핍진성 등은 실재하거나 존재할 수 없는, 혹은 진실을 강요하는 것일 뿐 등장하는 퇴장까지 치장된 가공의 진실을 거부하고 극장 공간은 또 다른 방식의 진실성으로 회복되어야 하는 극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극한상태로 내몰고 발화시키는 종착(終着)점은 실재를 담아내는 재현적 허구성으로 치장해 삶과 인생을 이해시키고 감동을 주는 설득의 연극적 방식이 아니라 극장, 당연히 여기는 극장에서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의식행위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말'의 뱉음은 극장 공간을 부딪치며 분열된 언어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며, 말의 치장과 허물을 벗고 생성하는 원시적 진실의 언어로 표상(表象)하고 파장된 은유로 진동한 것이 진실의 언어가 되고 그것을 표현하는 극장이 되는 것이다. 극장 공간은 재현을 통해 실재하는 세계를 담아내는 것은 연극적 진실을 주입하는 현혹이며 현실의 닮음으로 연속되는 재연의 연극이 믿음에서 출발하는 연극이라면, 구자혜식 말하기 방식과 연극의 진실성은 감정을 절제한 극한의 상태로 발화되고 껍질을 깨고 나온 의미 안에서 진실이 전달되고 생산되는 것 같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퇴장하는 등장>도 구자혜 방식의 실험 연속이다.
서울변방연극제 마지막 전환점을 도는 공연은 <정전의 밤>(원의 안과 밖, 양평군 양수리), <어떻게 내가 삐걱거리지 않을 수 있겠어>(JAT Project, 탈영역우체국), <그치?별로지?>(김자한, 신촌문화발전소 B2공연장), <-아니, 아니예요!-왜요?>(임의그룹, 여행자극장) 등이 공연된다. 변방예술의 탈 연극적인 체험과 과감한 실험적인 연극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번은 체험해봐야 하는 변방연극제다. 독립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이 예술감독은" 연극과 창작의 중심지가 수도권을 벗어나 충남, 공주, 양평, 경기지역까지 확장한 것은 올해 변방연극제가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라며 "극장이 극적인 체험만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평범한 식사를 함께해보는 체험과 참여 과정도 의미 있는 창작방식이고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공연으로 변방실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하고 오염된 더러운 것들을 예술로 표현하고 담아내는 변방연극제는 수도권 중심의 연극축제를 변방으로 이식(移植)하며 변방의 깡다구로 버티며 미래 지속 가능한 연극을 생산해 내고 있다. 김진이 예술감독의 마지막 말이 들렸다. "우리는 변방의 장소를 걷고 이동하는 것도 연극이죠"
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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