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소믈리에' 박재현 씨 "쌀에 관심 가지면 밥 맛이 달라집니다"

입력 2023-07-16 13:57:34 수정 2023-07-16 17:39:35

"도정일 가장 최근, 단일 품종 고르세요"
소비자가 원하는 정도로 도정 판매…'골든퀸3호' 쌀의 향미 강해서 선호
"1시간 불리고 쌀과 물 1대1 맞추길…돌솥,냄비 밥은 불 끄고 뜸 들여야"

박재현 미미정미소 대표가 도정 전의 현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화섭 기자.
박재현 미미정미소 대표가 도정 전의 현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화섭 기자.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만큼 한국인에게 있어 '밥'은 음식 그 이상의 무언가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밥을 짓는 쌀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아는 사람이 벼농사를 지어서 쌀을 대 준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소매점에서 쌀을 사 먹는데, 그 품종이나 품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지갑 사정에 맞춰 쌀을 산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구 동구에서 '미미정미소'를 운영하는 박재현 대표는 쌀의 품종이나 도정일자, 도정 정도 등을 종합해 쌀과 밥짓는 방법을 알려주는 '밥 소믈리에'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다.

'밥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독특해서 어떤 직업인지 물어봤다.

"와인을 그날 손님들의 상황이나 음식에 맞게 추천해 주는 사람이 '와인 소믈리에' 잖아요. 이처럼 손님의 입맛이나 건강 상태등에 맞춰 특정 품종의 쌀을 추천하거나 아니면 쌀의 품종을 '블랜딩'해서 손님의 기호에 맞는 쌀을 만들어드리는게 '밥 소믈리에'의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에 '밥 소믈리에'로 활동하는 사람은 100명 안팎인데, 대부분은 식품회사나 편의점 회사에 상품개발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박 대표는 23년째 서울과 대구 등지를 오가며 쌀 유통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온 베테랑이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밥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했다. 쌀 유통만 신경쓰기에도 바쁠텐데 '미미정미소'를 만든 이유는 쌀 유통 방식을 새롭게 해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을 가 보니 한 도시의 쌀 산지 대부분이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산지의 것들이더군요. 게다가 포장도 우리나라처럼 20㎏이상 대형 포장보다는 굉장히 작은 단위의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품종에 대한 선호도 확실했고요. 사실 갓 도정해서 지은 쌀밥이 정말 맛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는 동네에서 먼저 갓 도정한 쌀을 살 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지요."

박재현 미미정미소 대표가 갓 도정해 포장한
박재현 미미정미소 대표가 갓 도정해 포장한 '골든퀸3호' 쌀을 선보이고 있다. 이화섭 기자.

'미미정미소'는 현미 상태의 쌀을 소비자가 원하는 정도로 도정해 판매하고 있다. 진열된 쌀의 무게도 10㎏ 안팎으로 자주자주 사먹을 수 있는 형태다. 박 대표는 쌀의 품종에 따른 특성을 알고 나면 새로운 밥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쌀 품종이 300여가지인데요, 지금 접할 수 있는 종류는 20~30가지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최근에서야 품종에 따른 쌀 소비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골든퀸 3호'라는 쌀입니다. 밥을 지으면 쌀의 향미가 굉장히 강해서 사람들이 좋아하죠. 그리고 '영호진미'라는 쌀은 영남과 호남지역의 토질과 기후에 맞게 개발된 쌀이라서 무난하게 드실 수 있지요."

내친 김에 좋은 쌀을 골라 맛있는 밥을 짓는 방법까지 물어봤다. 밥 소믈리에 답게 구체적인 답변이 나왔다.

박재현 미미정미소 대표가 갓 도정해 포장한
박재현 미미정미소 대표가 갓 도정해 포장한 '골든퀸3호' 쌀을 선보이고 있다. 이화섭 기자.

"일단 혼합미보다는 단일품종으로 된 쌀인가를 확인하시고요, 도정일자가 가장 최근인 것을 고르세요. 단일품종이 좋은 이유는 해당 품종마다 전문가들이 재배 방식을 통일시켜놔서 품질이 고르기 때문입니다. 도정일자가 오래되면 쌀의 수분이나 향미가 날아가서 밥을 지으면 맛이 좋을 수 없지요. 그리고 밥을 하기 전에 쌀을 1시간 가량 불린 뒤에 쌀의 양과 물의 양을 1대1로 맞추세요. '골든퀸 3호'같이 찰기가 강한 쌀은 물의 양을 5~10%정도 줄여주시면 됩니다.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이 아닌 돌솥이나 냄비로 밥을 하실 경우, 센불로 뚜껑을 열고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중·약불로 15분 정도 익힌 뒤 불 끄고 뜸을 들이시면 맛있는 밥이 됩니다."

박 대표는 '미미정미소'를 통해서 좋은 쌀을 가까운 곳에서 접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라고 있다.

"요즘 쌀 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다죠? 사실, 쌀만큼 저렴하면서 영양이 풍부한 식품도 없습니다. 정말 좋은 품종과 품질의 쌀을 찾아서 밥을 해 보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 또한 소비자에게 다양한 품종, 맛있는 품종의 쌀을 접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