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최근 몇 년간 국내 미술시장의 급성장은 미술품 수집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 여파는 미술품도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자산이라는 가치로 인식되면서 인지도 높은 작가만이 아니라, 유망한 청년작가를 참여시킨 화랑들 역시 아트페어에서 기대 이상의 작품 판매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국내 화랑미술제인 키아프가 지난해 동시에 오픈하면서 몰린 인파만큼의 작품 거래도 빅뉴스였다. 올해 개막 예정인 키아프와 프리즈로 재상승 기류를 탈 것인지 미술시장은 초미의 관심사다.
미술 창작과 유통 개선을 위해 몇년간 준비해 오던 미술진흥법 제정안인 미술품 재판매 보상청구권 도입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된 미술진흥법은 미술 생태계의 창작, 유통, 향유라는 선순환을 위해 미술품 저작권인 재판매보상청구권, 즉 창작의 권리이자 원작자의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추급권'이다. 그 내용은 최초 작품매수 후 재판매될 때 매도인이 받는 이익의 일부에 대한 보상청구권이다.
이 권리는 작가 생존기간과 사후 30년간 존속하는 것으로 작가가 사망한 경우는 법정상속인이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미술품 재판매가가 500만원 미만이거나, 원작자로부터 직접 취득한지 3년이 넘지 않았고, 또 재판매가가 2천만원 미만이거나 업무상 저작물일 경우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보상요율은 작가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발표였다.
처음 '추급권'을 도입하게 되었던 배경은 19세기 후반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그림 '만종'이 고가에 판매되고 나서였다. 당시 밀레의 만종에 대한 소유권자는 재판매를 통해 고액의 수익을 얻었지만, 밀레의 유족은 가난했지만 어떤 이익도 얻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대책을 위해 시작했다. 1920년 미술가를 위한 프랑스의 미술품 공매요금 법제화 이후 지금은 전 세계 80여 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추급권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추급권 도입에 따른 문제점은 재판매 시 매도와 매수 사이에 발생하는 부담감이 미술시장의 위축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과 추급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미술시장의 특성상 불투명한 거래내역으로 추급권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추급권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과 국내 미술시장을 전제로 하는 실효성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복제 판매 가능한 음악이나 영화, 시와 소설의 경우 책 부수에 따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원본성이 강한 미술창작물의 특수한 가치를 소유하는 것은 이후 재판매금액에 대한 합리적인 요율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예술적 창작과 작품 구매인의 소유권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그 의미 또한 커지고,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곧 작가의 창작을 후원하는 것으로 실천을 통한 사회문화적 성장이라는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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