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민심이 이상하다. 더불어민주당 측 시각에서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등 노동 탄압, 징용공 문제를 건너뛴 한일 관계 굴욕적 정상화 및 원전수 방류 등 여러 문제는 과거 경험법칙에 따르면 촛불집회가 불붙고,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탄핵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민심은 그렇지 않다.
여론 결과도 이상하다.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정권 무능과 노동 탄압에, 친일 프레임까지 걸었는데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원전수 방류에 우려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국갤럽이 5월 27~29일 성인 1천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되는지 묻는 여론조사에서 '매우 걱정된다'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로 78%가 우려하고 있다. 이 정도면 원전수 방류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조짐이다.
국민은 원전수 방류 문제를 많이 걱정하면서도 원전수 방류를 쟁점화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는 국민들이 이슈나 쟁점에 대한 판단과 그 문제에 관여하는 논쟁 주체, 즉 정치인을 분리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 원전수 방류라는 메시지와 이에 문제 제기하는 메신저 즉 민주당 간의 분리는 왜 나타나는가? 그리고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 전략은 왜 먹혀들지 않는가?
첫 번째는 경험법칙이다. 국민은 지금까지 중요한 사회적 문제의 정치적 의도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2002년 12월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10만 명으로 절정에 달했던 효순이 미선이 반미 집회, 이명박 정부에서 광우병 시위의 정권 퇴진 운동,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가 탄핵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 징용공 해법 등 일본 관련 문제들도 막상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되거나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이 정치적 갈등 구조로 작동되는 것을 봤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한다.
두 번째는 친일 프레임의 딜레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서 친일・반일 프레임은 친중・반중으로 연결된다. 즉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하면 이는 친중으로 자동 규정된다. 문제는 우리 국민은 일본보다는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20년 1월 36.6점(100점 만점)에서 올 1월 25.6점으로 하락한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일본 상품 불매운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23.4점에서 36.2점으로 상승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이 친일 프레임으로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것만큼이나 민주당의 친중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은연중에 커진다.
세 번째는 일본에 대한 자신감 문제다. 친일 프레임은 일본이 우리보다 강자로 언젠가는 또다시 일본에 당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한일 경쟁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전쟁을 가정한 것은 아니지만, 설사 전쟁이라도 1900년 전·후 구한말과는 다르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다. 6·25전쟁에서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덩치의 힘과 최근 전랑외교와 동북공정을 앞세운 중국은 위협적이다. 그래서 싫을 뿐만 아니라 위협적으로 느낀다. 2030세대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2030세대들이 탄핵은 고사하고 촛불집회에 불도 붙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친일 프레임은 올드하다. 위안부 할머니, 징용공 문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원전수로 이어진 일본 문제를 해법보다는 프레임으로 단순화해 너무 오래 전략적으로 사용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그리고 현정부에까지 3대째다. 권불십년이라 했고, 부자는 3대를 가지 못한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은 너무 익숙하고, 그것만으로도 역작용이 나올 수 있다.
사실 친일 프레임으로 가장 재미를 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다. 문 정부는 친일 프레임으로 정권도 잡고, 친일 프레임을 집권에 잘 활용했다. 지금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은 급하다. 그래서 전 정부의 친일 프레임으로 반전을 노린 것 같다. 그러나 이젠 민주당의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민주당을 지켜보는 국민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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