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M] "쓰레기 줍줍" MZ들, 이렇게 바다 즐긴다…'비치코밍' 직접 해보니

입력 2023-06-20 10:48:49 수정 2023-06-20 13:11:34

쓰레기 '줍깅', 가치소비·미닝아웃 중시
대구 도심 내 플로깅 단체 수두룩! 참여 Go

지난 16일 포항 호미곶에서 비치코밍에 나선 MMM팀. MMM
지난 16일 포항 호미곶에서 비치코밍에 나선 MMM팀. MMM
포항 호미곶 쓰레기. MMM
포항 호미곶 쓰레기. MMM

"빨리 떠나자~ 야야야야 바~다로."

바야흐로 더위의 계절이다. 구름 둥둥 떠다니는 파란 하늘과 작렬하는 햇빛, 그리고 푸른 바다, 너와 나(ㅋㅋ).

그렇다. 여름만 되면 당장 바다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뿜뿜 솟아오른다. 그저 놀기만 하기 위해서일까? 이왕 노는 거 가치 있게 놀면 더 좋다는 게 그간 봐왔던 MZ세대의 지론인 거 다 알 테다. 해수욕장에서 본격 물놀이를 하기 전에 MZ들이 꼭 한다는 필수코스가 있는데… 바로 깨끗한 바다에서 놀기. 이를 위해서는 주변 해변 환경부터 정리·정돈 해야겠지?

간단하게 '비치코밍'이라고 하는데 용어가 낯선 이들도 많을 테다. 해변(Beach)와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쉽게 말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이게 왜 인기냐고? 요즘 MZ세대는 '미닝아웃'(meaning out)에 열중한다. 단순한 물건 구매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소비를 한다는 뜻인데, 대표적인 예가 다들 들어봤을 플로깅이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도심 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데, 이렇게 '지구 구하기'에 나선 젊은 세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제 환경을 위한 '지구 구하기' 활동은 범위가 커져 일명 '줍깅'(줍거나 뛰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하는 신조어)으로 통용되는데, 비치코밍, 플로깅, 펫플로깅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생겨나고 있다.

6월은 환경의 달! '환경 특집'을 MMM이 가져왔다. 바다도 보고~ 지구도 구하고~ 요즘 MZ의 '지구 구하기' 활동에 MMM이 도전해 봤다.

대동배2리항(또는 호미곶면 구만길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에 위치한 비치코밍 부스. MMM
대동배2리항(또는 호미곶면 구만길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에 위치한 비치코밍 부스. MMM
비치코밍 물품. MMM
비치코밍 물품. MMM

◆포항 호미곶에서…쓰레기와 우리♬

지난 17일. 낮 최고기온 33℃. 주말 휴일을 반납하고 MMM팀이 더위를 뚫고 도착한 곳은 포항 호미곶. 쓰-읍.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 내음이 코 깊숙이 들어온다. 호미곶 상징인 '상생의 손'도 눈에 들어오는데,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닷바람, 당장 뛰어놀고 싶어진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다. 이날 MMM은 호미곶 해안둘레길을 걸으며 해양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이곳에 왔다.

포항해양경찰은 지난해부터 호미반도 둘레길에서 지속가능한 해양정화문화를 만들기 위한 '비치코밍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코스는 2개. 대동배2리항(또는 호미곶면 구만길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에서 출발해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곳 호미곶해양파출소까지의 A코스, 대보1리항(또는 호미곶 해맞이 광장 인근 파루시아 카페)에서 출발해 호미곶해양파출소까지 B코스.

비치코밍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원하는 코스만 골라 그냥 걸으며 쓰레기를 줍기만 하면 끝. MMM팀은 B코스, 그중 파루시아 카페에서 시작해 호미곶해양파출소까지 가는 길을 선택했다.

비치코밍에 본격 나서기 전 구비해야 할 간단한 준비물이 있다. 쓰레기를 담을 봉투와 손을 보호할 비닐장갑. 어…아무것도 안 챙겨왔는데…걱정마시라. 이는 대동배2리 항이나 대보1리 항에 각각 있는 2곳의 비치코밍부스나 '파루시아' 카페에 모두 구비돼 있다. 이곳에서 생분해 비닐봉투를 받아서 쓰레기를 잡으러 출발하면 된다!

두 번째 지점. 이런 곳까지 쓰레기가 많다. MMM
두 번째 지점. 이런 곳까지 쓰레기가 많다. MMM
열심히 쓰레기 줍는 심헌재 기자. MMM
열심히 쓰레기 줍는 심헌재 기자. MMM
세 번째 지점에서 쓰레기 줍는 MMM팀. MMM
세 번째 지점에서 쓰레기 줍는 MMM팀. MMM

쓰레기 이놈 어딨나~ 눈을 크게 뜨고 힘차게 걸었다. 출발 10분도 안 돼 도착한 해변가. 바위 틈새 곳곳에 박힌 플라스틱, 깨진 유리병, 담배 꽁초, 비닐 쓰레기 양에 MMM팀은 살짝 놀라고 말았다. 이곳은 호미곶 광장과 거리가 가까워 관광객들이 들고 온 쓰레기를 광장 내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마구잡이로 해변가에 나뒹구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플라스틱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도 담겨있을뿐더러, 심지어 다 마시지 않은 커피 컵도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후다닥 쓰레기 줍기를 해치우고 10분 더 걸어가니 또 다른 쓰레기 지점이 나타났다. 방파제 같은 곳이었는데 Oh…No! 사람이 쉽게 내려갈 수 없어 보이는 위험한 곳이었음에도 어째서 쓰레기는 야무지게 버려져 있는지. 난간 하나를 붙잡고 조심조심 방파제 타기에 나선 MMM팀. 숱한 담배꽁초는 더불어 먹다 버린 컵라면 용기, 커피 캔을 양손 가득 집어왔다. 아니 출발 20분밖에 안됐는데 몇몇 팀원의 쓰레기봉투는 이미 가득 차 버렸다.

한시간동안 모은 쓰레기 양. MMM
한시간동안 모은 쓰레기 양. MMM
포양호미곶파출소에서 분리배출. MMM
포양호미곶파출소에서 분리배출. MMM
비치코밍 참여 후 받는 키링. MMM
비치코밍 참여 후 받는 키링. MMM

이곳을 지나, 또 쓰레기가 가득했던 세 번째 지점을 거쳐 MMM팀은 분리배출을 위해 호미곶해양파출소를 찾았다. 약 한 시간이 걸린 여정이었다. (여담으로 세 번째 지점 녹슨 철 구조물, 나뒹구는 스티로폼을 치운 MMM팀 심모 기자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깊은 반성을 했다. 평소에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막 버렸나보다…ㅇㅂㅇ)

파출소에서 경찰 안내에 따라 분리배출을 한 뒤 '지구를 구했다!'라는 인증인 방명록을 간단히 작성한다. 더운 초여름 날, 열심히 쓰레기 줍기에 나선 MMM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그때 경찰관이 귀여운 키링 4개를 들고 나타났다. 비치코밍 인증을 하면 포항해경에서 선물로 주는 '독도 강치'의 아기 '아치' 키링이다. 귀...귀엽다.(1365 자원봉사포털에 봉사 시간 등록도 가능하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비치코밍 프로그램 시작 이후로 올해 5월까지 약 1천500명의 시민들이 해양정화활동에 나섰다. 이들이 수거한 쓰레기는 무려 10t.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비치코밍에 나서는 가족들도 많다고 하니 아마 곧 호미곶은 쓰레기 없는 청정 관광지로 떠오르지 않을까?

뿌듯한 마음으로 비치코밍을 마친 MMM. 열심히 일 한 자 놀아라~ 휴일 반납하고 포항까지 왔으니 포항 명물 '물회'는 먹고 돌아가야겠지? 허기진 배를 물회로 가득 채우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쓰레기 열심히 줍는 MMM팀. MMM
쓰레기 열심히 줍는 MMM팀. MMM
비치코밍 마친 MMM팀. MMM
비치코밍 마친 MMM팀. MMM

◆도심에선 플로깅을~

비치코밍은 포항뿐만 아니라 경주, 양양 등 해안이 있는 타 시도군에서도 적극 시행하고 있다. 다만 바다를 찾아 이런 곳을 일일이 찾아 나서기 어려운 이들이라면? 걱정마시라. 비치코밍이 아니더라도 내륙 도시에서도 줍깅, 즉 플로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선 대구만 하더라도 대표 단체 '대구 플로깅 클럽'이 있다. 이들은 함께 스포츠 활동을 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나누고 대구의 환경개선까지 이뤄내고자 소모임을 결성했다. 참가 인원이 모집되면 앞산, 두류공원, 신천, 수성못 등 대구의 러닝 명소에서 주말 오전 동안 조깅을 하며 1~2시간 동안 쓰레기를 줍는다.

이 모임이 더욱 가치 있는 건 이들은 쓰레기만 줍고 헤어지지 않는다는 것! 활동이 끝나면 플로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다음 활동에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식으로 성장해나간다.

이미 이 같은 플로깅 소모임은 수두룩한 터. 플로깅을 원하는 시민이 직접 자발적으로 만든 'Plogging People(플로깅 피플)', 대구러닝클럽과 함께하는 '베러플로깅', 쓰레기 줍기 트래킹 동호회 '푸른별지구수비대' 등 갖가지 단체가 있으니 성향에 맞춰 참여해 보시라!

MMM팀의 비치코밍 도전기를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maeil_mz_magazine)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