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이런 광고를 만들어주세요

입력 2023-05-08 08:35:14 수정 2023-05-08 15:33:34

광고 의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픽사베이 자료사진
광고 의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픽사베이 자료사진

의뢰인의 고민이 도착했다. 한두 장짜리 광고 의뢰 요청서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사업자의 피, 땀, 눈물이 들어있어 무척 무겁다. 퇴직금을 모아 차린 치킨집,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도전한 카페 창업 등 읽다 보면 손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최대한 감성은 배제해야 한다. 이성의 눈으로 요청서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일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광고주는 자신의 브랜드가 가진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광고를 통해 세련되게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이 과정은 마치 마음이 아파 심리 상담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그 역시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상담소를 찾는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가?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광고 의뢰 역시 마찬가지다. 요청서 페이퍼를 쓰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마음속 고민이 글로서 다시 한번 정리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대표인 내가 광고 의뢰 요청서를 먼저 확인한다. 그 후, 직원들에게 페이퍼를 넘기는데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머리는 늘 하나의 머리보다 낫다. 이것이 광고의 미학이다. 똑같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돼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똑같은 돼지를 보고도 누군가는 돼지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돼지고기라 생각한다.

아이디어 역시 그렇다. 브랜드의 똑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광고주의 의뢰 앞에 우리는 서로서로 머리를 맞대려고 노력한다. 광고 의뢰 요청서를 받아들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우리가 잘 할 수 없는 영역의 광고라든지 아이디어가 잘 보이지 않을 때면 일을 수주해도 악연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그다음은 '결'을 본다. 브랜드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어떠한 브랜드라도 그 창업주를 닮을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정주영 회장을 닮을 수밖에 없고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을 닮을 수밖에 없다. 창업주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그 브랜드이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주의 '결'을 중요하게 본다. 아무리 뛰어나고 매력적인 광고주여도 우리와 결이 맞지 않으면 일하지 않으려 한다. 광고 의뢰서만 보고 그 대표의 결을 어떻게 아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페이퍼에 그 대표의 결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대표가 쓰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대신 쓴 의뢰서라도 그 브랜드를 보면 그 창업주의 캐릭터가 그려지기 마련이다. 이런 것을 종합해서 작업을 수주할지 말지가 결정된다.

쉽지 않다. 창업을 하고 느낀 것인데 일을 하는 것만큼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듯하다. 수주가 결정되었을 때는 광고주와 미팅 일정을 잡는다. 코로나 때는 비대면 미팅을 진행했지만 뭔가 2프로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줌으로 아무리 열심히 강의를 해도 청중과 아이 콘택트, 커뮤니케이션 스킨십의 부재 등으로 무언가 부족한 것처럼 말이다. 광고주 미팅 역시 한 번은 진행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것과 모니터를 통해 얘기를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의뢰인들이 우리 회사로 찾아오겠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로 소정의 미팅 비용을 받고 광고주의 회사를 찾는 편이다. 광고 의뢰 요청서에는 담기지 못한 직원들의 표정, 기업의 분위기 심지어 회사의 청결 상태 등도 눈여겨보는 편이다. 깨끗한 환경 속에서 일하지 못하는 기업이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 비즈니스 매너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한 번은 대학을 막 졸업한 스타트업 팀과 미팅하는데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서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원칙인데 나는 서서 그 대표는 앉아서 받는 게 아닌가. 더 황당한 건 우리가 드린 회사 포트폴리오를 커피잔 받침대로 쓰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한다고 해도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디어가 뚝 끊겨버리고 만다. 결국 그 팀과는 그것이 마지막 미팅이 되었다.

이토록 비대면 미팅과는 다르게 대면 미팅은 많은 광고주에 대한 많은 단서를 준다. 그것이 서두에서 밝힌 광고주의 '결'일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매너를 넘어 광고주 미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그들의 마음이다. 그들의 브랜드가 어떻게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와 같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최대한 파악하려 한다. 이런 이유로 미팅 때 내가 말을 하기보다는 광고주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라면서 마음속 깊은 말까지 털어놓게 된다.

광고 미팅 역시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일에 있어서 사람의 행복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더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것이고 우리가 쓰는 광고(넓은 광, 알릴 고)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앞에서 밝힌 이 모든 조건들이 사실 기본을 지키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항목들이다. 매너를 갖추고 솔직히 대화하고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은 광고를 떠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이다. 진짜 좋은 광고를 하고 싶다면 진짜 좋은 광고 미팅을 가져라. 그리고 미팅 전 이 문장을 곱씹어 보아라. back to the basic.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