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수도권 투자 56조 본격화…구미경제계 "시·정치권 힘 모아야"

입력 2023-05-10 15:38:02 수정 2023-05-10 20:31:11

60조 중 4조 충남 아산에 투자…나머지 금액 구체적 공개 안해
지역 모바일·반도체 강점 기대

지난해 11월 구미시 형곡동 거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규덕 기자
지난해 11월 구미시 형곡동 거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규덕 기자

삼성이 비수도권 투자액 60조1천억원 가운데 4조1천억원을 충남 아산시에 투자하기로 지난달 결정하면서 나머지 56조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비수도권 투자 대상 지역에 포함된 경북 구미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 4조1천억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패널 생산 공정을 고도화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태블릿과 노트북 등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6세대급(1.5m×1.8m)에서 8.6세대급(2.25m×2.6m)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 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에 이어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패널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삼성이 비수도권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3월 구미 등 비수도권 사업장에 60조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지역별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하지만 삼성이 아산 투자를 공식 발표하면서 비수도권 투자 계획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삼성의 비수도권 투자 대상에 포함된 구미지역 계열사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모바일)과 삼성SDI 구미사업장(반도체 소재) 등 2곳이다.

앞서 삼성 측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로 구축하며, 삼성SDI 구미사업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소재 특화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미시민들은 삼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삼성의 투자는 '가뭄의 단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비수도권 투자 계획 발표(3월 15일)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미를 방문(3월 7일)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이재용 회장이 취임하자 구미시민들은 축하 현수막 140여개를 구미시 전역에 내걸기도 했다.

구미산단 제조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비수도권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그동안 지역에서는 무성한 소문만 돌았다. 그러나 삼성이 아산을 시작으로 비수도권 투자를 본격화한 만큼 하루빨리 구미에도 통 큰 투자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대규모 구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구미시와 정치권 등이 합심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미전자공고를 찾아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3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미전자공고를 찾아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