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미끼로 40여명에게서 160억원 가로채
폰지사기 방식으로 범행… 대구고법 항소심서도 징역 8년 선고
"조작된 수익률 아니었으면 돈 맡기지도, 강연 듣지도 않았을 것"
2인승 수퍼카에서 내리는 30대 여성, 침대 위에는 유명 브랜드 명품 가방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수년전까지 SNS 상에서 '주식고수'로 불리며 사람들의 추앙을 받던 A(36) 씨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이다. A씨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자신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오래가지 못했다. 대부분 다른 투자자들이 맡긴 돈이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대구고등법원,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가 법정에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섰다. 녹색 계통의 헐렁한 수의를 입은 여성의 체구는 왜소해보이기만 했다.
A씨는 2018년부터 SNS를 통해 매일 자신의 주식 거래 결과를 공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주식 가격이 바닥인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내 고점에서 매도하는 건 물론 매일같이 수익을 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의 타점'이라는 칭송이 뒤따랐다.
A씨는 이런 명성을 바탕으로 '나에게 돈을 맡기면 투자금의 5~10%를 매달 주겠다'고 약속해 투자자들을 그러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A씨의 이런 거래 내역은 조작된 이미지였을 뿐이었다.
A씨는 기소된 건으로만 4년간 44명에게서 161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투자기법을 전수해주겠다며 투자 강연 명목으로도 154명에게서 5억여원을 챙기기도 했다.
A씨는 실제로 수익을 내지 못하자 신규 투자자들이 낸 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이라고 주며 돌려 막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이른바 '폰지 사기'로 불리는 전형적인 유사수신 사기방식이다.
이런 사기 행각은 약 2년 전 다른 유튜버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A씨가 계좌 수익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매도, 매수 시점만 공개했다면서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계좌를 동영상으로 인증해달라는 공개 제안에 A씨는 대응하지 못했고 이 시점부터 수익금을 제때 정산받지 못했다는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A씨의 가면이 벗겨졌다.
A씨는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원금을 거의 모두 날린 상태였으나 구속되기 직전까지도 일부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지금까지의 손실을 전부 회복할 수 있다', '투자금이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회유해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다.
대구고등법원 1형사부(진성철 부장판사)는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하고 피해금액의 일부에 대한 배상청구 역시 일부 인정했다.
A씨는 투자금은 다른 데 유용하지 않고 실제로 투자했고 가로채려는 고의가 없었고, 강의 역시 실제로 이뤄졌으므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보면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을 때도 수익이 많은 것처럼 조작했고, 실제하지 않는 투자처에 위탁하는 것으로 가장하고 원금이나 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강의 역시 자신의 수익률을 과장해 수강생을 모았는데, 사실대로 얘기했다면 수강생이 없었을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날도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법정을 찾아 판결을 지켜봤다. A씨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된 뒤 법정을 떠나는 이들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