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과 '차기 주자' 갈등으로 이어지면 모두 손해

보수 정당의 '맏이'를 자임해 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여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홍 시장은 취임한 지 약 한 달이 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앞뒤도 모르는 식견', '한순간에 훅 간다',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연이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력 없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의 이어지는 쓴소리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키워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력 핵심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는 모습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중량감(직전 대선 유력 후보)을 과시할 수 있고 훈수의 모양새로 이른바 '중앙 정치' 이슈에 끊임없이 참여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선후도 모르고 앞뒤도 모르는 식견으로 거대여당을 끌고 갈 수 있겠나"라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홍 시장은 "귀에 거슬리는 바른말은 손절·면직하고 당을 욕설 목사에게 바친 사람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김재원 최고위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앞서 15일에는 "바람 앞 수양버들처럼 흐느적거리던 사람들 지금은 오뉴월 메뚜기처럼 한철을 구가하지만 뿌리 없이 굴면 한순간에 훅 가는 게 한국의 현실 정치"이라고 사실상 '친윤계'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여당 상임고문에서 해촉 된 이튿날인 14일에는 "평생 몸에 밴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을 쉽게 버릴 수 있겠느냐"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특히 홍 시장은 지난 9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이) 정치력 없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라고 현직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현 정권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현 정권과 차기 대권주자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 관계자는 "차기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는 자연스럽게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기본이 된다"며 "홍 시장은 '다 여권이 잘 되라고 하는 쓴소리'라고 하겠지만 최근 비난수위는 당을 궁지로 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낙점한 여당 대표를 향한 파상공세가 자칫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살아 있는 권력'과 '차기 대권주자'의 갈등은 야당만 이롭게 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과 대권 재수를 향해 달리는 차기 주자가 충돌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국정지지도가 낮긴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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