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와 오랜 경험 있는 사람의 손질이 비린맛 없는 아구요리의 비결
친철과 청결은 장사의 기본…아구요리 명가란 이런 것
생선을 좋아하는 미식가라면 갑자기 아구(아귀)탕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흰살을 한 숟갈에 올려 먹으면 아침까지 괴롭히던 숙취도, 쌀쌀한 날씨에 몸에 든 한기도 한방에 날아가는 것을 떠올린다. 맑은 국물의 지리냐 고춧가루 푼 매운탕이냐를 선택하는 건 어렵지만 어떤 것이든 후회는 없을 터다. 포항 개인택시 기사들이 뽑은 2곳 식당이라면 그렇다.
◆기본에 충실하면 1등을 한다 '포항아구탕'
처음으로 꼽힌 남구 상도동 포항아구탕은 이 집만의 자부심이 있다. 재료 선정부터 손질까지 사장의 손을 거친 다는 것.
사장 최영화(70) 씨는 "아구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 구입이다. 그리고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직접 아구 해체작업을 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비린맛이 나지 않고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이런 기본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가 한 자리에서 아구 요리를 판지는 벌써 28년이 됐다. 이 세월 동안 그는 죽도시장 경매를 통해 신선한 아구를 구입해 왔고, 맛있는 부위와 버려야 할 부위를 손수 구분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는 아구탕(지리) 재료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무, 다시마, 파, 통생강, 통마늘, 통후추를 기본으로 내장을 제거한 게를 넣는 것이 이 집 육수의 재료라고 한다.
그가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그만의 재료 비율 때문이다. 재료는 누구나 넣을 수 있지만 '황금비율'을 찾는 것은 평생이 가도 모자랄 일이라는 걸 요리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다.
아구 지리가 맛있는 집은 매운탕이나 아구 수육도 맛있다. 베이스가 되는 육수의 맛이 보장되니 다른 음식들도 맛있는 건 당연하다.
매운탕 양념장을 만들 때는 홍합, 건새우, 게 등 3가지 재료를 우려낸 물을 육수로 쓴다. 이걸 지리에 넣으면 매운탕이 완성되는데, 역시나 양념장의 비율은 비밀이다.
지리나 매운탕을 먹을 때 기본 육수는 먹는 이의 배가 허락하는 한 계속 리필이 된다.
◆2대째 이어지는 아구 사랑 '아구본가 신흥식당'
1대 사장은 올해로 81세 고령이 됐지만 여전히 홀에 앉아 손님을 받으며 진두지휘를 하고, 2대 사장인 며느리는 손님의 상을 챙기며 불편함이 없는지 계속 확인한다.
북구 대신동에 터를 잡은 지 벌써 45년이 된 아구본가 신흥식당의 평소 모습이다.
이곳 손님들은 '맛집' 입소문을 타고 오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1·2대 사장의 단골들이다.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 변하기 마련인 음식맛이 이곳은 한결같다고 손님들, 특히 택시기사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곳의 아구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항에서 90% 이상을 들여온다. 여기 중매인을 통해 아구를 사면 다른 지역 아구와 섞이지 않아 맛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2대 사장인 이희정(49) 씨는 1대 사장의 전통을 이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아구불고기'가 그것인데, 아구요리점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매출에 위협을 받자 젊은 층을 공략해 개발했다.
아구 수육을 먹을 때 초고추장을 찍어먹으라고 준다던가, 요리 안에 미나리 또는 콩나물을 리필해 준다던가 하는 작은 디테일은 이 집이 아구 명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이 씨는 "예전 포항시청이 이곳에 있을 때 손님이 홀을 가득 메우고도 대기해야 하는 인원이 인도를 메웠었다"며 "2대에서 그런 영광스러운 날이 다시 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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