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주 소고기 관세철폐, 한·메르코수르 FTA 시 한우 생산액 최대 8,800억 ↓"

입력 2023-04-19 16:22:36 수정 2023-04-19 20:31:02

한우 몸값 높을 때 사육두수·설비 투자 늘린 농민들, 불경기와 시장개방에 탄식
정경수 건국대 교수 팀 "미·호주 관세철폐, 메르코수르 FTA 시 한우농가 소득 7천억~9천억원 감소"

경북 한우 농가 축사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 한우 농가 축사 모습. 경북도 제공

2026년 이후 수입산 시장 완전개방을 통해 국내 소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 한우 농가 소득이 최대 8천80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지금처럼 소값 사이클만 고려해 사육 두수를 늘리다가는 한우 농가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3월 한우 사육 두수는 전국 320만4천마리, 경북 70만6천마리에서 지난해 12월 전국 352만8천마리, 경북 77만9천마리로 대폭 증가했다.

축산 농가들은 지난 2020년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한우 외식이 늘자 값도 뛰는 '한우 시장 왜곡'을 겪으며 소득 증가 기대를 키웠다. 이에 최근까지 소 사육을 늘리거나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등 규모를 키운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소값 사이클이 제자리를 찾아 내린 데다 물가 상승 여파로 사육비 증가, 소비 침체에 이르자 소 판매 수익을 기대하기는커녕 적자만 보는 상황에 놓였다.

경북 한우 농가 축사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 한우 농가 축사 모습. 경북도 제공

수입산 소고기 시장이 열리면 국내 한우농가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소고기 수입 관세는 미국산 2026년, 호주산 2028년 각각 완전 폐지된다. 또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FTA는 양측이 지난 2021년 9월까지 일곱 차례 협상하는 등 타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경수 건국대 교수 연구팀의 '소고기 시장 완전개방시대 대응 한우산업 정책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호주산 소고기 수입관세 완전 폐지와 한·메르코수르 FTA 체결로 소고기 수입물량이 10% 증가할 경우 한우농가 생산자잉여(수입 가운데 생산비용을 뺀 잉여소득)가 6천170억원 감소한다.

또 수입물량이 20%, 30% 늘어나면 각각 7천531억원, 8천858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더 싼 소고기를 찾는 소비자 요구에 한우 소매가격 하락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경북도는 한우 사육 두수를 줄이고 고급육 생산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수입 소고기 시장이 개방될 경우 농가들은 기존처럼 사육 두수를 늘려 양으로 승부하다가 손해만 보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한우는 세계 고급육 시장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우수 상품인 만큼 우수한 형질의 소를 확대 보급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