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행정학 박사(전 경상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효를 민족정신의 뿌리로 여겨 왔다. 그러나 효 사상도 핵가족화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점차적으로 퇴색해 가고 있다. 우리는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효 사상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경시하는 풍조는 우리 사회가 버려야 할 것 중의 하나다.
효의 상징으로 불리는 팔가조는 중국에 사는 까마귀의 한 종류로 원산지는 극동아시아, 인도차이나이다. 온몸이 흑색이며, 앞이마에 깃털이 삐죽삐죽 곤두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미가 늙고 눈이 멀면 새끼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 어미를 먹여 살리는 그야말로 효도하는 검은 새이다.
이 팔가조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효심이 깊었기에 이를 보거나 전해 들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민화에도 등장하고 조선시대 화가는 팔가조도를 그렸다. 이는 화가가 팔가조의 마음을 훔쳐 화폭에 효심을 담은 것일까, 아니면 팔가조가 화가의 마음을 훔쳐 화폭에 그림으로 나타난 것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팔가조도에 효심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팔가조는 한갓 미물에 지나지 않지만 늙고 병든 부모를 둔 자식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 새끼가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은혜에 보답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까마귀도 어미를 부양하는데 인간의 탈을 쓴 자식이 효를 실천하지 아니하거나 불효를 한다면 짐승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에 늙고 쇠약한 부모를 깊은 산에다 버린 후 숨지면 장례를 치르는 고려장이라는 장례 풍습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노모의 지혜', '기로전설'(棄老傳說) 등 일부 설화에서 전해지고 있을 뿐이며 역사적 사실은 전혀 아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유교 풍습으로 부모가 돌아가면 자식은 묘 옆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묘를 돌보며 살았다.
우리는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건강검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생활 공간이 불편하지 않도록 주거환경을 개선하여야 한다. 그리고 하루에 한두 번 안부 전화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이런 대화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질환인 치매의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한다. 설, 추석 명절, 생신일에는 여행, 게임, 화투놀이 등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처럼 소소한 것에 부모는 행복해한다.
이 세상에 부모 없는 자식은 없다. 늙고 병든 부모를 외면하거나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에 강제로 입소시키는 것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으며,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찌 현대판 고려장이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팔가조는 부모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내다 버린 어리석은 자식을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며 조롱할 것이다.
부모는 고기보다도 나물을 먹더라도 자식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부모 부양으로 인하여 자식의 삶이 다소 희생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식의 희생 없이 부모를 부양할 수는 없으며, 그것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고, 효는 인간의 근본이다. 한 번뿐인 이 세상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부모의 그 희생과 은혜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효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우리는 팔가조의 효심을 배우고 더 늦기 전에 효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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