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위생정책과장 김흥준
눈 뜨자마자 모닝커피부터 찾고, 출근길 한 손에 커피를 들지 않으면 어색하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커피는 하루를 시작하는 알람 같은 존재가 된 듯하다.
오전에 중요한 미팅 때 한잔, 점심 먹고 한잔, 나른한 오후 식곤증을 없애기 위해 또 한잔,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약 370잔 전후라는 뉴스가 놀랍지 않을 정도로 커피는 일상화되었다. 551잔을 기록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로, 전 세계 평균인 161잔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하니,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가 '커피의 도시'라고 스스로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 커피 수입국으로 2020년 기준 한국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원으로, 세계 커피 시장의 큰 손으로 평가받으니 '커피의 도시'가 많이 생겨나는 것도 당연하다. 또, 전국의 도심 번화가나 지역의 특색있는 카페거리를 지날 때면 '커피 박람회'가 열린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많은 커피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커피메뉴가 즐비한 것을 볼 때면 여기가 '커피천국인가'하는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다.
역사적으로 1896년 아관파천으로 고종이 러시아 공관에서 커피를 접한 이후, 최초의 다방인 '정동구락부'가 생긴 이래로 골목마다, 거리마다 즐비한 커피 판매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커피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구도 우리나라 커피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위상을 갖고 있다. 1937년 대구 처음으로 한국인이 운영한 커피숍인 '아루쓰'(ARS)는 화가 이인성을 비롯하여 대구의 예술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유명했고, 1946년 등장한 국내 최초의 클래식 다방인 '녹향', 그리고 1947년에 개업한 '백조다방'은 한쪽에는 이중섭이 그림을 그리고 시인 '구상'이 시를 썼다고 알려질 정도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유명세를 떨쳤다. 그래서일까? 대구 커피의 향에는 문화와 예술의 짙은 향기가 느껴지고 그 맛을 맛보는 순간 금새 노스탤지어가 만드는 시간 속에 빠져들게 한다.
대구는 지역 인구 대비 커피전문점 숫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 경북대 후문에서 개업한 커피명가를 시작으로 다빈치커피, 모캄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밤, 핸즈커피, 마사커피, 더브릿지, 바리스타-b, 매쓰커피, 봄봄, 마시그래이, 하바나익스프레스 등 유독 토종 커피 브랜드가 많다. 커피 시장이 '레드 오션'일 정도로 포화 상태이지만 이는 그 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깊어질수록 커피산업도 양적·질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이 2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커피가 세계 원자재 중 석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곳이 아니다. 커피 한잔을 판매하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커피 시장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커피는 커피 한잔 그 이상의 문화를 소비하는 곳이고, 굿즈와 MD를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구는 '스타벅스 원두' 생산국인 르완다에서 찾아올 만큼 '커피인'들 사이에서 유명하고 '브라운시티'로 불릴 만큼 바리스타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다. 제2의 스타벅스가 대구에서 탄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대구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커피의 도시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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