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벚꽃·튤립 푸릇한 나무들 만끽
영화관·흑백 사진기 특색 있는 공간
설탕은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즐겨
초록색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아는가?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초록색 식물을 바라보기만 해도 뇌파가 안정된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심 한가운데서 푸른 자연을 만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떠나는 힐링 여행과 영화 등으로 대리만족할 뿐이다. 그러나 교동 카페 어노잉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도심 속 자연적 공간
"처음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 시끌벅적한 도심 속에서 이곳만은 고즈넉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노잉을 운영하는 유다진(29) 씨와 김영수(36) 씨가 카페에 대한 첫 이미지를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유 대표는 "50년 된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했다"며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인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어노잉은 입구에서부터 자연의 생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아스팔트 도로가 있는 주변과 달리 푸릇한 식물들이 양옆으로 반겨준다.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all know-ing'이라고 적힌 은은한 네온 간판이 눈에 띈다. 간판 왼편 모퉁이를 꺾어 들어가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먼저 보이는 작은 연못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연못 왼쪽 뒤로는 상아색 별관이, 오른쪽에는 고동색 벽돌을 사용한 카페 본관이 손님을 맞이한다. 두 건물 사이에는 마당이 있는데 여기에는 목련과 벚꽃 나무, 튤립이 심어져 있다. 만개 시기가 되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꽃이 지더라도 푸른 잎사귀가 올라와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실내 공간은 우드톤으로 맞춰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입구에는 커다란 화분을 배치해 싱그러운 분위기를 줬다. 또 내부 곳곳 통유리창을 내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나무 좌식 테이블 사이에는 돌과 식물이 놓인 자그마한 화단을 설치해 자연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잘 보이지 않는 평상 아래 받침돌마저 구하기 힘들다는 제주도 돌을 가져왔다. 유 대표의 세심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 특별함이 있는 곳
어노잉은 '자연 속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어 자칫 누군가에게는 단조로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유 대표와 김 대표는 층마다 콘셉트를 달리해 공간에 특별함을 더했다.
지하는 영화관으로 꾸몄다. 손님들은 4개의 스위트박스 좌석으로 이뤄진 공간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가격은 무료다. 4월 1일 기준 영화는 '트루먼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노트북', '어바웃 타임', '인턴',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6편으로 마음에 온기를 채울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는 시즌마다 주기적으로 바뀌고 하루 6~7편 상영된다. 상영관 바로 옆에는 보랏빛, 푸른빛 조명이 있는 포토존도 있다.
2층은 야외 테라스와 흑백 무료 사진기가 인상 깊은 곳이다. 텔레비전처럼 생긴 사진기 화면에는 'Get receipt'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를 터치하고 3초의 시간이 흐르면 사진이 찍힌다. 사진은 영수증 종이에 흑백으로 출력된다. 사진기 바로 뒤로는 야외 테라스가 보인다. 이곳 테이블에 앉으면 목련과 벚꽃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빛은 덤이다.
유 대표는 "최근 카페는 단순히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공간이 아닌 종합적인 문화 공간이 되어 간다고 생각한다"며 "손님들에게 여러 재미를 드리고자 영화관이나 사진기 등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 새로운 메뉴가 어노잉의 시그니처
어노잉 베이커리 매대 위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의 블루리본 서베이(한국 최초로 발행된 맛집 평가서) 스티커가 붙어져 있다. 맛이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레시피는 베이커리 전공 유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매년 꽃이 필 때만 맛볼 수 있다는 벚꽃 부케(8천500원)가 유 대표의 레시피다. 버터 슈 위에 크림을 얹고, 벚꽃 모양의 앙금으로 장식했다.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크림과 함께 달콤한 딸기 과육이 씹히는 게 특징이다. 인기가 많은 메뉴였지만, 올해는 4월 9일을 끝으로 판매 종료했다. 그 빈자리는 밤 케이크와 딸기 케이크가 대신한다.
밤 케이크는 손수 만든 밤 크림으로 만들어진다. 국산 밤을 5일 내내 졸인 뒤 갈아서 크림으로 만드는데, 자연 그대로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딸기 케이크도 직접 끓인 커스터드 크림을 넣어 생크림으로만 만들었을 때보다 우유 향이 깊게 난다.
어노잉은 다른 카페들처럼 시그니처 메뉴가 따로 없다. 새로운 맛과 느낌을 주기 위해 음료와 디저트 종류를 자주 바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라 자주 오는 손님들은 금방 싫증을 내실 것"이라며 "자주 편히 올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걸 경험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메뉴를 자주 바꾸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손님들이 많이 찾는 순우유크림라떼(5천800원)와 버터크림라떼(5천800원)는 계속 판매한다. 순우유크림라떼는 카페라테 베이스에 자체적으로 만든 순우유크림을 섞은 커피 메뉴다. 고소한 우유와 달달한 아이스크림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버터크림라떼는 에스프레소 베이스에 우유와 크림이 들어간다. 스카치 사탕과 메가톤바 맛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아메리카노는 쓰고 바닐라라떼는 질릴 때 이 메뉴를 맛보면 좋다.
디저트 메뉴인 바나나크럼블(6천원)도 꾸준히 나가는 메뉴 중 하나다. 소보루 위에 올라간 딱딱한 크럼블과 부드러운 바나나가 들어간다. 그 위에 올라가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달콤함은 배가 된다.
김 대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디저트 메뉴는 전반적으로 엄청 달지 않아서 모든 분들이 즐기시기 좋다. 설탕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는 대신 풍미를 살리기 위해 버터 등의 재료는 여러 개를 섞어서 사용한다"며 "복합적인 맛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카페 이름 어노잉은 'all know-ing, 누구나 아는'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알고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인테리어할 때 선이나 면을 특히 신경 썼다. 이런 공간도 있구나 하는, 손님들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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