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여야의 운명을 가를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시점에 실시되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통상 중간평가 선거에서 유권자는 '전망적 기대'보다는 '회고적 평가'를 토대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전망적 투표'는 각 정당이 미래에 무엇을 실현하겠다는 정책과 약속에 대한 비교를 통해서 지지할 후보를 선택한다. 반면, '회고적 투표'는 정부와 집권당이 그동안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만족하는 경우 보상(지지)하고 불만인 경우에는 처벌(응징)한다.
중간선거는 통상 '여당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9번의 총선에서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은 네 차례 있었다(1996, 2000, 2016, 2020년).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직후에 실시된 2020년 총선에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여당인 민주당이 180석(60%)으로 압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집권당이 모두 패배했다. 현재 여론의 흐름을 보면 여당의 총선 전망은 어둡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올 연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40%를 넘긴 적이 없고 30%대로 고착화되고 있다. 급기야 4월 첫째 주 조사에선 부정(61%)이 긍정(31%)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 정체 요인은 정책 혼선, 편중 인사, 외교 실패, 협치 부재, 안보 라인 교체 논란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과거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윤석열 이탈층'이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한 3·8 전당대회 이후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전당대회 직전인 3월 첫째 주 국민의힘 지지율(39%)이 민주당(29%)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4월 첫째 주 조사에선 국민의힘(32%)이 민주당(33%)에 추월당했다. 국민의힘 추락 이유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통령실 눈치만 보는 무기력함 속에서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 통일' '밥 한 공기 다 먹자 운동' 등 '최고위원 막말 리스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사라지고 친윤 중심 당직 인선으로 역동성을 잃은 것도 문제다.
이렇다 보니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 50%,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지원론) 36%였다. 3월 첫째 주 조사와 비교하면 정부 지원론(42→36%)은 하락한 반면 정부 견제론(44→50%)은 상승하면서 그 차이가 14%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 총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할 20대와 30대에서 정부 견제론과 지원론이 각각 54% 대 26%, 64% 대 23%로 견제론이 2배 이상으로 높았다. 중도층에서도 57% 대 31%였다.
민주당 지지도(33%)보다 정부 견제론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는 민주당을 흔쾌히 지지하진 않지만 정부 견제론엔 동조하는 유권자가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국민의힘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분명 민심은 정부 여당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물 건너간다. 그뿐만 아니라 '이재명 방탄'은 힘을 얻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단 하나도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야말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제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졌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 역량을 키워야 하며,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 할 말은 하는 소신과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담대한 개혁과 도덕성 회복 조치를 통해 당의 취약계층인 젊은 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넓혀 나가야 한다. 향후 총선 승리 전략으로 각 분야의 아이콘인 '나경원(보수 및 여성)-안철수(중도)-원희룡(개혁)-한동훈(미래)을 앞세우는' 4두 마차 체제를 만들어 총선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국민의힘은 변하면 살고,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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