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농사 기계화·스마트화 길 열렸다"…경북도, 미래형 사과원 확대

입력 2023-03-28 16:44:22

줄기 여럿 평면으로 자라는 '다축형 사과나무' 보급…열매 잘 익고 농기계 동선 확보
노동집약적이던 사과농업 일손 덜고 스마트농업으로 전환, 농가소득 향상 목표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6축 사과나무.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6축 사과나무. 경북도 제공

사과 농사 기계화를 이끌 '미래형 사과원'이 등장했다. 경북도는 줄기 여러 개가 평면으로 자라 열매에 골고루 햇빛을 쬘 수 있고 농기계 동선도 확보할 수 있는 '다축형 사과나무'를 지역 내 보급한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경북도 '미래형 사과원 조성 사업'에 따라 지역 내 다축형 사과원을 확대하고 스마트농업 기반을 다진다고 28일 밝혔다.

다축형 사과원은 사과나무를 여러 개의 줄기로 개량한 다축형 사과나무를 재배하는 과수원이다.

2005년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2축 사과나무가 시초라 알려졌고, 2015년 윤태명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장과 경북도와 경북도농업기술원, 경북농민사관학교가 다축형 사과나무 국산화에 성공했다.

다축형 사과나무는 한 뿌리에서 좌우 횡방향으로 기른 줄기 여러 개가 하늘을 향해 뻗어 마치 누운 E자 모양으로 자란다. 기르기에 따라 2축부터 8축까지 다양하다.

각 나무를 옆에서 보면 납작한 형태를 띤다. 가지가 원뿔형으로 자라던 기존 주간형(전통 사과원), 세장방추형(신경북형 사과원) 나무와 비교해 더 많은 햇빛에 노출되므로 양질의 열매를 얻기 유리하다.

이에 과실 아래까지 붉게 익도록 하는 지면용 반사필름을 쓰지 않거나 덜 써도 된다.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경북도 제공

다축형 사과원에서는 그간 도입하기 힘들던 기계화도 가능하다. 평면으로 늘어선 나무 앞뒤로 농기계 동선을 확보하고 전정(가지치기), 적화(불필요한 꽃 떼기), 적과(불필요한 과일 따기) 일손을 덜 수 있다.

이미 세계 몇몇 사과·복숭아 등 과수농가는 페라리 등이 생산하는 소형 트랙터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도 다축형 사과원 등장을 계기로 과수원용 소형 트랙터 국산화를 검토 중이다.

기계화 이후에는 살수, 약제, 서리방지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스마트농업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경북도는 노동집약형이던 사과 농업의 노동력을 크게 줄이고, 재배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성도 높일 계획이다.

연간 사과 생산량 30만9천 톤(t)으로 전국 생산량 60%를 차지하는 경북 사과농업에 혁신 디딤돌을 놓는 셈이다.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4축 사과나무.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4축 사과나무. 경북도 제공

지난해 기준 184개 농가가 다축형 사과원 79㏊를 운영하고 있다. 전년(44㏊) 대비 81% 증가했다. 영주시(21㏊)와 청송군(12㏊), 봉화군(10㏊)의 재배면적이 특히 크다.

대표적으로 포항 죽장면 태산농원이 2017년부터 다축형 사과원 7㏊을 시범 운영해 왔다. 지난해 안동 임하면 오대리에 조성한 노지 스마트팜 다축형 사과원에서는 소형 트랙터를 도입해 사과농업 기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북도는 2026년까지 지역 내 다축형 사과원을 270㏊까지 늘릴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등 대규모 자유무역협정도 잇따르면서 지역 사과농업이 위축되고 있다. 다축형 사과원을 확대해 경북 사과의 위상을 다시금 높이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올해부터 확대 보급하는 다축형 사과원 모습. 경북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