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담즙 분비 증가시켜…지방, 지용성비타민 흡수 도와
식후 한 잔 정도는 별문제 없어…빈맥, 이뇨작용 심하면 주의
커피는 전 세계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이며 우리나라도 최근 수년 사이에 거리의 커피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만큼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나 가족들에게 "(담도암 항암치료 중인데) 커피를 마셔도 되는가요?",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언제부터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런 질문에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우리 몸, 특히 소화기관에 나쁠 것이라는 걱정이 된다'라는 선입관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정말 커피가 소화기 기능에 나쁠까?
커피가 우리 몸의 소화기 기능에 하는 역할을 보려면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의 약리 기능을 알아보아야 한다. 먼저 카페인의 부정적인 기능으로는 식도 하부 괄약근을 이완시켜서 위산의 식도역류를 일으켜 역류성식도염의 증상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한 잔의 커피는 취침 전에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심하게 역류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카페인은 공복에 마시면 위벽을 자극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위염이 심하거나 위궤양이 있는 사람이 공복에 마시면 속쓰림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는 식사 후에 한 잔의 커피가 권해진다. 물론 술이나 담배보다는 휠씬 안전하다.
다음으로 커피가 소화기관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능은 간에서 담즙의 생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담즙은 십이지장에서 지방의 소화 및 지방용해성 비타민(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 E, D, K의 흡수에 필수적이다. 카페인은 담즙 분비를 증가시키며 이런 역할을 돕게 된다. 보통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지방이나 지용성 비타민은 인체의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며, 특히 노년에게 필수 영양분이다. 또한 한 잔의 커피는 우리 몸의 창자의 근육을 자극하여 장 운동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카페인이 대장의 운동 억제 기능을 방해하는 데에 기인하며 결국 음식이 소화기관을 내려가는 것을 도와준다. 그 외에도 커피 안에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 물질이 있어서 소화기관 벽이 유해 라디칼에 의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소화기관과는 별개로 카페인의 일반적인 약리 작용으로는 많이 경험하는 바와 같이 여러 기전으로 대뇌를 자극하는 각성효과가 있으며, 심장을 자극하여 맥박을 빠르게 뛰는 기능이 있고, 콩팥에서 이뇨작용이 있다. 카페인은 흡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대부분 위에서 흡수되어 10분 후부터 이러한 몸의 변화가 나타나며 45분 정도에서 최고로 보이다가 간에서 분해되어 차츰 이런 변화가 없어진다. 반감기는 성인의 경우 3~7시간 정도이다. 다만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마다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이는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CYP1A2 효소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처음 제시한 질문으로 돌아가서 답을 하자면 커피는 무조건 해로운 작용만 있는 식품은 아니며, 항암치료 중인 경우에도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던 분들은 식사 후의 커피 한 잔 정도는 해로울 것이 없으며, 오히려 기분을 좋게 하는 각성 효과가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복부 수술 후에는 상처가 충분히 아물고 나면 역시 식사 후의 한 잔의 커피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카페인에 민감한 분들이나 한 잔의 커피에도 불면증, 빈맥과 같은 각성효과가 지나치게 많거나 이뇨작용이 심하면 주의하여야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가 동반되어야 한다. 참고로 식약처에서 성인에게 권고하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400mg이며 보통 시중의 커피믹스 1봉에는 50mg, 드립 커피 한 컵(250cc)이나 캔커피 하나에는 150mg 미만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커피 애호가로서 다가오는 봄 향기와 함께 커피향을 음미하며 한잔의 커피를 즐기는 여유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호각 대구 김호각속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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