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100년, "'명품' 판다는 자부심… 전통 유기·시장 명맥 이어져야"

입력 2023-03-26 17:35:47 수정 2023-03-26 20:54:08

서문시장 100년 가게 대광유기 세 번째 사장 김영곤 씨

대구 서문시장
대구 서문시장 '대광유기' 김영곤(52) 대표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기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은빈 기자

"대광유기라는 상호가 생긴 지는 100년 가까이 됐죠. 서문시장이 처음 생길 때부터 있었으니까요. 제 아버지가 대광유기에서 점원 생활을 하시다가 독립하면서 2대 사장이 됐고 지금 저한테까지 넘어온 거죠."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동산상가 지하 1층에 있는 대광유기는 시장 안에 3곳 남은 유기 가게 중 하나다. 유기와 북, 장구 등 국악기, 다양한 불교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7호 방짜유기장 보유자인 이형근 장인의 작품도 취급한다. 김영곤(52) 대광유기 대표는 2008년부터 부친에 이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15년 전에 정식으로 넘겨받았지만 가게 일을 시작한 건 25년 전"이라며 "10살 때쯤부터 학교를 마치면 가게에 들렀다가 귀가하는 식으로 시장을 드나들며 자랐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도로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2지구와 주차빌딩 등이 새로 생긴 정도지 시장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동산상가 지하 1층에 있는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동산상가 지하 1층에 있는 '대광유기'. 정은빈 기자

대광유기는 서문시장과 10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현수(81) 씨는 처음 가게를 차린 고(故) 박찬식 씨 밑에서 직원으로 일했고, 1965년쯤 박 씨가 작고하면서 상호를 물려받았다. 시장 길목에 차렸던 가게는 김 씨가 대표를 맡은 이후 3지구 안으로 들어갔고, 1976년 3지구 화재로 동산상가에 자리 잡게 됐다.

이처럼 가게를 유지하는 일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된 장사에 건강이 나빠진 부친은 아들이 가업을 잇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김 대표 생각은 달랐다. 우리 전통 기술로 만든 유기, 악기 판매를 이어가기를 고집했다.

김 대표는 "방짜유기는 그때도 일반 사람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품목이었다. 그런데도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다 장인이다. 장인들의 물건, '명품'을 파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문시장을 포함해 전통시장이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점차 위축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동산상가만 해도 나이 든 손님이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필요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현대화 사업을 하고, 행사도 많이 하는 편인데 시민을 상대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될 때가 많다. 상인이 알아서 하도록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지자체, 상가연합회가 더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