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탈모 치료' 지원조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3-03-13 13:35:53 수정 2023-03-14 07:34:04

적절성, 형평성 논란에 5억원 예산 편성 불투명
대구시 고심, 올해 예산 편성은 힘들 듯

탈모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탈모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전국 광역지자체로는 최초로 제정된 대구시 청년탈모 지원조례가 적절성과 형평성 논란에 예산 편성이 불투명해졌다. 청년을 위한 복지라는 의견과 포퓰리즘이라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추가적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우 대구시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대구시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은 1년 이상 대구에 거주한 19~39세 청년 중 탈모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치료제 구매비용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김 시의원은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해 청년 탈모를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의회에서는 마찰 없이 원안 가결됐다"며 "정확한 지원규모는 시에서 판단할 부분이지만, 서울 성동구 수준의 지원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례에 대해 청년탈모 당사자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탈모증 진단을 받은 대구 청년 A(31) 씨는 "머리가 빠지니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져 대인기피증마저 생길 지경"이라며 "취업한 지 얼마 안 돼 자본금도 없는데 탈모 약값을 지원해 주면 그나마 부담이 덜할 것 같다"고 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탈모를 지원하는 곳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구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청년탈모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성동구는 이달부터 3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경구용 약제비 구매금의 50%를 연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 보령시는 올해부터 49세 이하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비·약제비를 최대 200만원까지 1회 지원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의 청년 탈모 환자는 약 2만명으로 이들에게 성동구 수준의 지원을 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최소 5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시는 청년 탈모지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정신질환이나 아토피 등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질병이 많은데, 탈모만 특정해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원규모나 대상이 정해진 것이 없어 현재로서는 6월 추경에 예산 편성은 힘들다. 연말 본예산에 편성하는 것 또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조례 제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지원 방향을 변경한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에서 '청년 탈모치료비 지원조례 제정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반대 의견을 넘지 못했다. 서울 은평구는 지난해 청년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안했다가 탈모 예방교육과 청년 심리 지원으로 선회했다.

지역 의료계는 청년탈모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포퓰리즘이 되지 않도록 대상자 선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올포스킨피부과의원 원장)은 "정말 증상이 심각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청년을 객관적으로 선별해야 한다"며 "탈모 치료는 한 두 달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절실한 곳에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