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산업 최적지 포항] 핵심 기술·공장 확보 '초격차 선도'

입력 2023-02-27 06:30:00

배터리 소재 1등 기업 다 모였다…글로벌 혁신 허브 도시 '성큼'
에코프로·포스코케미칼 등 글로벌 기술 초격차 선도
이차전지 부품 해외 의존도 아직 높아…기술 발전·경제 안보 중요

지난해 11월 열린
지난해 11월 열린 'POBATT 배터리선도도시 포항 국제 컨퍼런스 2022'에서 참석자들이 경북 포항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기원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매일신문DB

이차전지를 향한 세계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경북 포항이 원료와 소재에서 월등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 이차전지 주도권을 선점하며 글로벌 배터리 소재 혁신 허브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문제와 전기차 확산 노력에 맞물려 앞으로 이차전지 산업은 제2의 혁신 산업으로 불린다. 그만큼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뜻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차전지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일본과 함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중이다. 지난해 국내 이차전지 분야 수출액은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인 99억9천만 달러(약 12조7천72억원)를 기록했다. 2021년 기록한 87억 달러(약 11조664억원) 대비 15.2%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 이차전지 산업의 강점은 제조기술과 공정이다. 배터리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세계 1위(53.4%)를 차지했다.

에코프로 포항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차전지 양극재 제품의 샘플.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 포항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차전지 양극재 제품의 샘플. 에코프로 제공

◆원재료 대중국 의존도 높아 경제 종속 우려

아직 국내 이차전지는 소재·부품·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지난 2020년 기준(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차전지 소재부품 세계 점유율은 ▷양극재 20.2% ▷음극재 8.7% ▷전해액 8.1% ▷분리막 11.9%로 조사됐지만, 소재부품 해외의존도(한국전지산업협회 자료)는 ▷양극재 50% ▷음극재 77.6% ▷전해액 66.3% ▷분리막 61.5%였다.

특히, 이차전지 원료공급의 중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중국의 정책변화나 물류 여건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적대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면 국내 이차전지 공급망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소리이다. 지난 2019년 한일 부품소재에 대한 무역마찰과 2021년 요소수 대란 등이 좋은 예시이다.

현재 중국은 셀 제조 부분 75%, 양극재 및 전해질 생산 부분 90% 등의 절대적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이차전지 소재 역시 무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 및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배터리 핵심소재의 국산화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포항의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된다. 이미 포항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 자유특구 지정과 동시에 양극재와 음극재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에코프로·포스코케미칼 등 이차전지 기업의 집적이 이뤄지며 핵심소재 양산기술 확보 및 원료‧소재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안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 음극재공장. 매일신문DB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안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 음극재공장. 매일신문DB

◆완성품보다 핵심 소재 가치에 집중해야

이차전지 소재는 배터리 완제품에 버금가는 황금알로 꼽힌다. 이차전지의 주요 소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이다. 이들 4개 소재의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총 282억 달러(약 35조원)이다. 이중 양극재 시장 비중이 약 61.3%로 가장 크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본격 배터리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국 또한 4대 소재 중 양극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 포항이 있다.

지난해 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에코프로BM, 포스코케미칼 등 양극재 관련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1조7천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약 20조원에 육박해 전년(8조1천82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포항 영일만산단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에코프로BM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 2021년 매출 1조원을 넘은 데 이어 작년에는 매출 5조3천569억원을 기록하며 5조원의 벽까지 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3천825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매출도 2021년 6천781억원에서 지난해 1조7천220억원으로 154%란 경이적인 성장세를 자랑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극재 시장규모는 2021년 173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783억 달러(약 102조5천700억원)로 성장이 예측된다. 100조원이 넘는 양극재 시장을 잡기 위해 포항에는 대규모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포항 영일만산단에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1차로 연내 3만 톤(t) 규모로 짓고, 여기에 더해 2025년까지 3만t 규모의 추가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와 체결한 4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물량도 이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에코프로BM의 경우 지난해 10월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내 완공한 CAM7 공장의 본 생산을 올해부터 시작하고, 향후 양극재 공장인 CAM8·CAM9 공장 건설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세계 전구체 시장 1위 기업인 중국 CNGR은 영일만4일반산단 내 이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세우고 연간 황산니켈 25만t과 전구체 10만t의 생산을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4조6천억원 투자로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생산기지가 마련된 포항은 기업들의 대량 추가 증설과 신규 투자 협의가 이어지며 예상 투자 규모가 8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2030년이 되면 포항에서만 37만6천t 이상의 양극재가 생산되고 ▷전구체‧니켈 84만t ▷음극재 3만8천t ▷리사이클링 6만2천t 등 총 132만t 이상이 생산될 전망이다. 말 그대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기지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포항 영일만산단 내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매일신문DB
포항 영일만산단 내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매일신문DB

◆기업 집약으로 기술 성장과 경제 안보 '두마리 토끼' 잡기

포항의 이차전지 산업 집약은 관련 기업의 '온쇼어링(On-shoring)'을 기대하게 한다. 낮은 인건비와 원활한 소재 수급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갔던 국내 기업들의 생산시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경제 회복은 물론, 기업들의 협업을 통한 기술 성장 및 경제 안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

최근 미‧중 경제갈등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 업체까지 해외 투자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류 속에 대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쏠림은 국내에 빈 껍데기 공장만을 남기게 된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는 IRA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핵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지 않아도 가공 등을 통해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완화된 조건대로라면 미·중 경제갈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차전지 기업이 굳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도 중국의 원료를 들여와 포항 등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수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변화 토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7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 신청을 마감하고 후보지에 대한 심사, 종합평가,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상반기 중 특화단지 지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상 사업은 이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산자부에 이차전지 분야 신청서와 육성계획서를 제출했다.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산단 일원을 이차전지 글로벌 초격차를 선도할 양극소재 특화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특화단지 선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