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엄마가 사라졌다…MZ세대의 진화한 '검색'
남미서 실종된 엄마 찾는 10대 준, 소셜미디어·CCTV서 흔적 찾아
난관·절박한 순간에 느낀 가족애
2018년 개봉한 '서치'(감독 아니쉬 차칸티)는 놀라운 영화였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라는 다소 통속적인 주제였지만 이제까지 영화들과 완전히 다른 형식을 보여주었다. 102분 러닝타임 내내 웹브라우저 검색, 문자, 동영상 플레이어, 뉴스 화면, 휴대폰 화면 등으로만 이뤄졌다. 거기에 반전과 가족애 등이 어우러져 웰메이드 추적 스릴러로 인기를 끌었다.
22일 개봉한 '서치2'(감독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또한 형식과 내용, 주제가 같은 톤을 유지하면서 전편의 쫄깃한 긴장감과 반전의 맛을 선사한다. 이번에는 실종된 엄마를 찾는 딸이 주인공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10대 소녀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점이 한층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아빠를 잃은 준(스톰 레이드)은 엄마 그레이스(니아 롱)와 단둘이 사는 18살 소녀다. 아빠를 그리워하면서도 엄마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다. 엄마가 남자 친구와 콜롬비아로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착해야 할 엄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한 준은 실종신고를 하지만 남미에서 벌어진 탓에 FBI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작정 기다릴 수 없었던 준은 엄마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다. 각종 소셜 미디어와 호텔 사이트, CCTV 등을 뒤져 엄마의 흔적을 찾아간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서치2'는 편집의 기교가 한껏 제 맛을 발휘하는 영화다. 컴퓨터 화면 창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가지지만 관객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한히 펼쳐지는 공간감은 편집의 힘이다. LA의 방 안이지만 콜롬비아 현지 가이드의 스마트폰으로 남미도 손안에 들어온다. 컴퓨터 영상통화 창에서 CCTV 영상으로, 대화 창에서 검색창으로, 문자로 영상으로 화려하게 변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전편에서 편집을 맡았던 두 명이 연출을 맡았고, 전편에서 연출을 담당했던 아니쉬 차칸티가 각본을 맡았다. 전편의 살과 뼈를 빚었던 장인들이 그 DNA를 그대로 살려낸 것이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포맷들을 제대로 활용해 몰입도 높은 화면을 만들어냈다. 영상통화와 문자, 인스타그램 뿐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명한 태스크래빗, 메신저 어플인 왓츠앱 등 새로운 플랫폼까지 등장시켜 관객들이 직접 추적과정에 참여한 듯 느끼게 만들어준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족애도 잘 녹아들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딸과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전편은 딸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 그러나 절박한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딸을 찾아가는 부성이 감동을 주었다. '서치2'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엄마, 그런 엄마를 살갑게 대하지 못하던 딸이 엄마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찾아가는 스토리다. 'Love you'라는 엄마의 문자에도 제대로 답을 하지 않던 딸이 엄마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영화의 형식이 지극히 디지털적이기 때문에 고전적이면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족애를 주제로 잡은 것은 영리한 결정이다. 추적 스릴러 속에 세대의 갈등,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갈등, 인종간의 갈등 등 전통적인 문제들을 해소하려는 노력들도 엿보인다.
'서치2'의 긴장미는 각종 난관을 뚫고 결국은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온다. 비밀번호를 조합해 풀어내거나, 등장인물의 프로필과 과거 접속 내역, 비밀글 등을 풀어내는 것이 마치 게임의 레벨업을 경험하는 것처럼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생명력은 반전에서 나온다. 뻔한 설정이 아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전개가 관객을 놀라게 한다. 그것도 몇 차례에 걸쳐서 말이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에 완전히 문외한인 관객들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감이 빠른 편이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샛별 스톰 레이드 등 여러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반가운 얼굴도 등장한다.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FBI요원 잭으로 출연했던 다니엘 헤니가 또 한 번 FBI수사관이 돼 준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역할을 소화한다.
그의 캐스팅 후문이 재미있다. 니콜라스 D. 존슨과 윌 메릭 감독은 전작 '서치'에 많은 사랑을 보낸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다니엘 헤니에게 배역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서치'는 한국에서 29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신선한 콘셉트에 더욱 업그레이드된 '서치2'는 과연 얼마나 관객을 동원할지 기대 된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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