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시차 12시간 상파울루…쎄광장 대성당 기준점 삼아 형성
각 방향으로 나가며 번지 정해져…동서남북 어디 갈지 여기서 결정
◆생각없이 어느날 떠난 여행길
우리나라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남미대륙은 오랫동안 꿈꿔온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먼 곳일 뿐 아니라 많은 일정이 소요되는 여정이라 선뜻 떠나기가 쉽지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행에 옮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브라질행 티켓을 끊어버렸다.
단지 3월이면 남미에는 여름이 끝나가고 여행하기 좋을 때가 시작되리라는 단순한 생각에....브라질 상파울루로 입국해 멕시코시티에서 돌아오는 4개월의 중남미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하면서 좌충우돌 혼자 돌아다닌 4개월간의 여정을 독자들과 함께하기로 한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SÃO PAULO)
브라질은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12시간이 나는 그야말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로 아마존이 있고 남한의 84배에 달하는 엄청난 국토와 자원을 가진 나라이다. 칠레, 에콰도르를 제외한 10개의 남미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유일하게 스페인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를 쓰며 인구는 약 2억 1천만명에 이른다. 수도는 계획도시인 "브라질리아"지만 남부에 위치한 이곳 상파울루가 브라질 최대의 도시이자 상공업의 중심지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상파울루까지는 약 27시간이 소요되고 미국을 경유할 경우 사전에 전자비자(ETSA)를 받아야한다. 나는 인천출발, 휴스턴을 경유하는 항공편이었기에 휴스턴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장장 7시간을 대기한 뒤에야 상파울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또다시 시작되는 9시간의 비행에 주눅이 잔뜩 들어 비행기에 올랐다. 상파울루 참 멀다!
◆상파울루의 중심 쎄광장과 메트로폴리타나대성당
상파울루는 도시 자체가 쎄광장(Praca da Sé)에 있는 메트로폴리타나대성당(상파울루 대성당 혹은 쎄성당이라고도 불린다)을 기준점으로 삼아 형성되었기 때문에 쎄광장을 0번지로 시작해 각 방향으로 나가며 번지가 정해진다. 성당 앞 광장바닥에는 방위와 거리의 원점이 표시되어있다. 여행객인 필자도 자연스럽게 쎄광장을 기준점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메트로폴리타나대성당은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로 처음 건립된 것은 1544년이지만, 현재의 건물은 1913~1954년의 대공사 끝에 40년 만에 완공된 것으로 역사에 비해 고색창연한 모습은 덜했다. 성당 좌우측의 푸른 청동첨탑은 대구 계산성당에서 봐왔던것과 익숙한 모습인데 중앙부는 흔하지 않은 돔형태로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성당내부는 밖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넓어 보였으며 우아하게 만들어진 높은 천장과 거기로부터 이어지는 사방벽면의 스테인드 글래스는 경건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상파울루 역대 사제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으며, 브라질의 종교사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성당계단과 광장주변에는 여행객, 연인들과 함께 많은 노숙자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지품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광장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브라질독립을 기념하기위해 조성한 이삐랑가공원이 나온다. 푸른잔디가 있는 조용한 곳이라 벤치에 앉아 휴식하기 좋은 곳이다.
◆문 앞에서 돌아나온 상파울루미술관(MASP)
헤뿌브리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947년 개관한 남미 최대의 미술관인 상파울루미술관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에 의해 설계된 상파울루미술관은 렘브란트, 반 고흐, 세잔, 피카소를 비롯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세 이후의 서유럽 회화 유명작가들의 그림이 1,000여점 이상 전시되어 있다.
아뿔사 안타깝게도 10시 개관이라 너무 일찍 도착한 필자는 다음일정 때문에 2시간 반을 기다릴 수 없어 일부러 찾아온 보람도 없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만을 둘러본 후 발길을 돌려야했다. 해외여행에서 사전준비와 확인이 부족하면 항상 이런 불상사가 종종 발생한다.
◆ 도심 속의 거대한 휴식처 이비라뿌에라(Ibirapuera)공원
브라질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이비라뿌에라공원은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상파울루시 4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것으로 수도 브라질리아를 설계한 "오스카 마이어"와 조경가 "불레 막스"라는 사람이 설계했다고 한다. 이 공원은 규모가 160만㎡(약 48만평)에 이르며 넓은 잔디밭과 여러개의 호수 그리고 상쾌하게 조성된 조깅코스 등이 잘 관리되어 휴식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가족들과 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입구에는 브라질 초기의 탐험가들 모습을 재현한 거대한 반데이라스기념탑이 자리하고 있으며 공원 곳곳에는 각종 분수와 조각상, 미술관, 매점 등의 조형물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다. 주말이면 많은 인파로 붐빈다고 한다.
이비라뿌에라공원은 상파울루 도심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여행객이라면 필히 들러야할 장소일 것이다.
◆"YESTERDAY"의 또 다른 의미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하철 파라이소역 앞에서 내렸다. 그런데 바로 앞에 금빛 돔으로 빛나는 성당이 보여 들어갈려니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의례 그러려니하고 들어가는데 성가가 아닌 비틀즈의 노래 "YESTERDAY"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고 검은 옷을 입은 한 젊은이가 사람들과 돌아가며 포옹을 하고 있었다. 그랬다! 성당에서는 영결미사가 끝나고 상주와 조문객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고인이 살았던 과거의 날과 상주가 고인과 함께 살아온 지난날들의 회상이 예스터데이 이 한곡에 너무도 절절히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을 나오면서 훗날 돌이켜볼 나의 지난날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생각해본다.
◆11월 15일거리와 상 벤투(São Bento)수도원
쎄광장에서 조금 걸으면 상파울루 대표적 보행자거리인 11월 15일거리가 나온다. 상파울루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 중의 하나로 발랄한 젊음이 넘치는 현재를, 좌우의 웅장한 건물이 지난날 브라질의 영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거리이름을 브라질의 공화국 선포일인 11월 15일에서 따온 이곳은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곳으로 젊은이들, 거리악사, 여러 상가들이 몰려있어 가장 번화가다운 느낌이 들었다.
파이프오르간과 벽화로 유명한 상 벤투수도원은 1598년 세워졌으며 수도원과 함께 나란히 서있는 성당은 10년간의 공사끝에 1922년 완공되었다. 6,000개의 관을 가진 파이프오르간과 아름다운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일요일이면 파이프 오르간을 통해 울려퍼지는 음악과 장엄한 그레고리안 성가로 미사가 봉헌된다.
상파울루는 쎄광장을 중심으로 명소들이 몰려있어서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좋다. 남미에서 물가가 높은 편에 속하는 곳이기는 하나 큰 부담은 없으므로 일정을 여유있게 잡아도 좋은 곳이다.다음 여행은 거대예수상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와 이과수폭포로 간다.
박철우 자유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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