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엑스코선 차량시스템 선정 제언

입력 2023-02-17 13:18:20 수정 2023-02-19 16:00:08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철도기술사)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철도기술사)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철도기술사)

도시철도 엑스코선 차량 방식이 모노레일에서 철제차륜형 AGT로 변경되었다는 건설 기본 계획 수정안이 공개됐다. 도시철도에서 차량 방식의 선정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구조물의 형식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모노레일 방식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도심에 고가로 건설해야 하는 구조에서 경관성과 환경성, 그리고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우선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국가 R&D 사업으로 막대한 투자를 해 민간 기업과 함께 개발한 고무차륜형 AGT를 각 지자체에 권장하였으나, 부산 반송선인 4호선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보와 슬래브 형식인 AGT는 구조물이 웅장하여 도심의 경관성은 물론이고, 육중한 하부 기둥으로 인한 도로 차로 점용과 조망성, 일조권 침해 등 도시 환경과 부조화가 크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건설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량 방식에 따른 토목공사비를 비교하여 보면, 슬래브 형식의 AGT가 모노레일의 2배 정도 소요된다. 슬래브가 없는 빔 구조로 상부가 뚫려 있어 개방감이 우수한 조망성 또한 보 구조인 모노레일이 보와 슬래브 구조인 AGT 방식에 비해 월등하다. 도시 환경과 조화 측면에서 볼 때 도심 고가 통과 시 구조물로 인한 일조권 침해는 도시 생활 환경에 악영향을 주며, 통과 지역 주민의 심각한 민원 발생이 예상된다. 특히 철제차륜의 경우 엑스코선은 급곡선이 많아 소음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변경 이유는 모노레일 제작사가 전동차의 형식승인 면제를 요청했으나 거부되자 엑스코선 차량 공급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란다. 물론 형식승인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검사 기간과 수수료 등 비용을 제작사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3호선 모노레일의 내구연한은 2035년까지다. 그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엑스코선,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 순환선 등에 AGT를 도입할 경우 건설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물론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한다. AGT 도입 시에는 도로 공간 점유 폭이 커지고, 일부 구간에는 환승이 강제되거나 차량 기지를 새롭게 건설해야 하는 문제가 불가피하다. 기둥 크기도 크고, 슬래브가 있는 경전철은 도심에서 흉물이 될 뿐이다. 도시철도는 100년을 내다보고 건설해야 한다.

3호선 모노레일 차량 사용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지금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적극적으로 차량 제작사, 국토부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수십억 원의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차량 방식 변경에 따른 엄청난 건설비와 시민들의 이용 불편 등 계량하기 힘든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차량 방식과 세부 노선을 전면 재검토, 이 문제에 대해 장기적, 거시적 관점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100년 이상 유지되는 도시철도 시스템을 최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노선을 1, 2년 먼저 개통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소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더라도 많은 장점과 건설·운영 노하우가 축적되고 시민들로부터 검증된 모노레일로 건설할 것을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