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된 딸 던지고 숨질 때까지 방치, 엄마 징역 18년

입력 2023-02-16 16:09:04 수정 2023-02-16 21:56:12

[사건 속으로] 이성 관계로 다투다 홧김에 범행, 이틀 뒤 숨질때까지 치료 안해
대구지법 서부지원 징역 18년 선고… 아빠는 징역 6년

대구지법 서부지원. 매일신문DB
대구지법 서부지원. 매일신문DB

생후 두 달밖에 되지 않은 딸을 바닥에 내동댕이쳐 중상을 입히고, 이틀 뒤 숨질 때까지 방치해 둔 비정한 엄마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임동한 부장판사)는 16일 생후 2개월에 불과한 아이를 자신의 머리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로 기소된 A(22)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수강 80시간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8일 오후 11시 30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이날 자신의 이성 문제를 놓고 남편 B씨와 다투다 감정이 격해져 되돌릴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다.

침대 위에 있던 생후 2개월 된 딸을 자신의 머리 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 바닥에 그대로 내던진 것이다. 딱딱한 집안 바닥에는 두께 약 2㎜의 장판 말고는 아무런 완충 장치가 없었다.

아이는 이마를 바닥에 부딪히고 그 반동으로 다시 튕겨 올라와 의자에 강하게 부딪혔다. 이마뼈가 함몰될 정도로 크게 다친 아이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에 힘이 빠지는 등 심각한 이상 증세를 보였으나, A씨는 물론 남편 B씨까지 아이를 방치했다. 아이는 결국 30일 오전 1시 30분 집에서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부부는 사망한 아이의 장례 절차 진행을 위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으려 병원을 찾았다 범행을 들켰다. "딸이 잠을 자다가 갑자기 구토 후 숨졌다"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사망한 아이의 이마뼈가 함몰되는 등 외상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혐의를 끝까지 부인한 A씨는 범행 다음 날 오전 5시 41분부터 이튿날까지 인터넷을 통해 아이가 보이는 이상증세와 영아 사망 처리 절차에 대해 검색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 B씨는 범행을 시인하며 당시 A씨의 행동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 세부적 내용까지 묘사했고, "아이가 강한 외력에 의한 이마뼈 함몰골절 및 출혈로 숨졌다"는 부검의의 소견과도 일치하는 등 신빙성이 높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아이를 보호해야 할 엄마가 자신의 학대 범죄를 숨기려고 아이를 방치, 살해했다. 저지른 범행 경위와 결과, 정황을 볼 때 죄책이 무겁고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아이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고의는 없었고, 가해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이지는 않았던 걸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아버지 B씨에게 징역 6년과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40시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