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다양성 리더십

입력 2023-02-13 16:26:38 수정 2023-02-14 17:54:06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

오래전 독일의 어느 거리에서 '물티 이스트 쿨티, 쿨티 이스트 물티'라는 표어를 보았다. '다양성이 문화, 문화가 다양성'이라는 뜻이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 그 말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대신 '물티 쿨티 이스트 토트'라는 말을 보았다. '다양성 문화는 죽었다'는 뜻이다. 물론 2005년 유네스코의 '문화 다양성 협약'을 비롯하여 다양성 문화를 긍정하는 말도 많았다.

다양성 리더십이란 획일성 리더십 내지 통일성 리더십과 반대되는 말이다. 후자를 독재성 리더십이나 독단성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다. 권위주의적 리더십, 절대주의적 리더십, 수직적 리더십, 가부장적 리더십, 집단주의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지배자로 군림하기 위해 명령과 복종을 요구하고 반발은 물론 질문이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채찍과 당근, 즉 처벌과 보상의 연속선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며 지배할 뿐 구성원의 의사나 욕망은 철저히 무시한다. 또한 핵심 정보는 혼자 가지며 자신에 대해서도 비밀로 하는 신비주의를 유지한다.

독재자형 리더십을 외교관형 리더십과 반대라고도 한다. 여기서 외교관형 리더십이란 구성원들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독재자형 리더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외교관형 리더에 대해서는 '함께' 일한다고 생각한다. 외교관형 리더십과 유사한 것이 민주적 리더십이다. 민주적 리더십을 참여적 리더십이나 공유적 리더십, 또는 교환적 리더십이나 토론 리더십이라고 한다. 민주적 리더십에는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가 필수적이고, 구성원 각자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점에서, 즉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점에서 다양성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존엄성과 가치는 누구나 인간이기에 당연히 갖는 것이다. 가령 생명이나 감성이나 지성과 같은 인간 고유의 가치이다.

다양성은 서로 다름에 의한 갈등을 전제로 하고 갈등을 당연시하며 갈등을 아름다운 것으로 본다. 색이 다양해야 아름답다. 반면 색이 하나이면 반드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즉 획일이나 통일은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갈등이 있기에 법과 제도가 있고, 설득과 대화가 있다. 또한 다양성은 서로의 연결을 전제로 하고 함께 있음을 당연시한다. 갈등은 배제나 배타, 제외나 추방이 아니라, 공존과 공생, 상관과 유관을 전제로 한다.

동시에 다양성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 개성은 모든 구성원 각자가 갖는 유일성을 말한다. 그러나 개별적인 인성인 개성은 이기적인 욕망, 특히 물질적이거나 본능적인 욕망과는 다르다. 적어도 그 최소한의 약속으로서 인권이라고 하는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 국가가 필요한 것은 그러한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평등이므로 차별이나 편견이나 편중은 금물이다.

모두 다 똑같은 제복과 모자와 신발 등을 착용하고 똑같은 헤어스타일과 똑같이 면도하거나 화장하여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힘든 구성원들을 한 곳에 모아 줄을 세워 놓고 주입식으로 교육을 시켜 군대와 같이 절대 명령만으로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옷 색깔은 물론 모든 것이 다른 저마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자유로이 자신이 맡은 바를 개성 있게 수행하면서도 목표로 하는 바를 함께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자 하인으로서 구성원들을 받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것을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그 전형이 간디가 보여주는 것이다. 명령과 통제로 일관하는 자기중심적 리더가 아닌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개방적인 가치관을 지닌 리더가 서번트 리더다. 그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리더로서의 자기 권력은 구성원들로부터 비롯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이다. 궁극적으로 서번트 리더십에서는 사실상 지도자나 지배자, 관리자나 경영자라고 하는 자리는 없어지고 리더나 구성원이 구별되지 않는 비지배, 비관리가 지배적이고, 모두의 다양성, 즉 다양한 개성만이 남고, 그것이 문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