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억측과 오해 …‘안동 옥동 살인사건’ 유족 두번 울리는 2차 가해
지난 18일 오전 대구지법에서 열린 '안동 옥동 살인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 피해자의 아버지 A씨가 증인석에 섰다. 감정을 억누른 채 고인에 대한 기억과 유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얘기하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 기자분들도 있을 것이고, 부탁드립니다. 이미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건이 조폭끼리 싸우다 일어난 일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겠죠."
A씨가 얘기하는 것은 사건 직후 무분별하게 퍼진 피해자와 그 일행에 대한 온갖 억측과 오해에 따른 2차 가해였다.
A씨의 아들 B(23) 군은 제주도에서 대학을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수상스키를 타러 안동을 찾은 지난해 7월, 사건 전날까지 일면식도 없던 20대 남성의 흉기에 치명상을 입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족의 호소에 도대체 어떤 허위정보가 온라인 상에서 유포되고 있는지 검색해봤다.
왜곡된 내용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게시물이 넘쳐났다.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와 검찰 조사내용과는 명백히 다른 내용들이 아직까지도 사실인 양 게시돼 있었다.
'포항에서 온 조폭 행색의 일행이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먼저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흉기로 보복을 한 거다', '사과를 하고 가는데도 다시 불러서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얼차려를 줬다', '다리를 차서 넘어뜨리고 머리를 밟고 3시간여 동안 폭행을 당했다', '술이 취해 인사불성인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유언비어는 끝이 없었다.
법정에서 제시된 영상 증거와 검찰 수사내용은 이런 루머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내용인지를 보여줬다.
피해자 일행 모두 평범한 청년들로 범죄이력은커녕 이 사건 이전 경찰 수사를 받아본 기록조차 없었다. 피해자 일행은 먼저 시비를 걸어 온 피고인과 거리를 두려 했으나,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피해자 일행을 찾아오며 시비를 일으켰다. 피고인은 상의를 스스로 벗었다.
피해자 일행이 피고인의 어깨를 밀치는 행위는 있었으나 시비를 피하기 위한 수준이었다. 술에 취한 피고인이 가위 2개를 사들고 위협을 가했을 때도 피해자 일행은 피고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제압했을 뿐이었다.
피해자 일행에 의한 집단 폭행이 있었다고 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피고인이 경찰조사과정에서 '자신을 조폭이라고 얘기하는 예닐곱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다수의 경찰이 증거수집에 투입됐으나 이런 증거나 정황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보도했어야 할 언론도 그 역할을 못했다. 수사 중인 사건 관련 정보 확인이 어렵긴 하지만 일부 언론의 무리한 보도가 이 같은 억측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다.
한 인터넷 언론은 옥동 사건에 대한 잘못된 루머를 지속적으로 기사화하며 피해를 키웠다. 피해자 일행이 먼저 시비를 걸고 가해자를 집단으로 폭행했다거나, 가해자의 옷을 벗기고 장시간 괴롭혔다는 '가짜뉴스'가 버젓이 기사에 담겼다.
이렇게 온갖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며 '피해자가 자초한 일이다' 같은 유족 측에서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 유포 역시 심각한 2차 가해였다. 사건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유족들이 '차마 무서워서 못보겠다'고 얘기했던 피해현장 CCTV 화면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2차 가해로 인해 유족과 그 친구들이 겪었을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본의가 아니었을지라도 이처럼 2차 가해를 가했던 사람들에게 A씨가 법정에서 했던 말을 공유한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2차 가해로 가족과 친구들을 '살인'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A씨가 힘겹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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