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냉천, 범람 원인 수변공원 들어내고 다시 하천으로

입력 2022-12-28 14:09:48 수정 2022-12-28 18:52:12

경북도 내년 재해복구사업…770억 투입 13km 구간 정비
말 많던 수변공원 제거…고향의강 정비사업 이전으로
교량 간격 넓히고 차수벽 설치, 항사댐 건립도 추진

지난 9월 7일 오전
지난 9월 7일 오전 '힌남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경북 포항시 인덕교 난간이 파손돼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인덕동을 지나는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태풍 '힌남노' 당시 범람해 인근 주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포항 냉천(남구 오천읍 일원)이 내년 대규모 공사를 통해 확 바뀐다. 범람 원인으로 지목받았던 수변공원이 완전히 제거되며 상류에 항사댐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내년 6월쯤 냉천에 대한 재해복구사업 실시설계를 마치고 오천읍 진천저수지부터 청림동 해수면까지 총 13.43㎞ 길이의 냉천 정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총 770억원(국비 631억4천만원·도비 138억6천만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위험 교량 재가설 ▷수변공원 제거 ▷위험지역 차수벽 설치 ▷상류 항사댐 건설 등이 핵심이다.

먼저 경북도는 냉천교와 인덕교, 갈평교 등을 재가설한다. 남구 청림동에 위치한 냉천교는 지난 태풍 힌남도 때 떠내려온 부유물들로 막히며 인근 포항제철소 침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덕교 또한 마찬가지 상황으로 하천 범람을 유발하면서 불어난 물에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당시 차를 빼러 들어갔던 주민 등 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북도는 해당 교량들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각 사이를 넓히고 높이 또한 500년 빈도 폭우를 기준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하천 범람의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던 냉천 내 수변공원은 아예 모두 제거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고향의강 정비사업 예산 총 317억원(국비178억원·도비 35억원·시비 104억원)이 투입된 수변공원은 힌남노 이전까지 산책로, 정원, 운동기구 등이 설치된 휴식공간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힌남노 당시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유속을 빠르게 하는 등 통수량 저하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고향의강 정비사업으로 통수량을 기존보다 더욱 늘렸다고 해명했지만, 대형 인명사고 등 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아예 냉천을 '물이 흐르는 하천' 자체로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민복지회관에서 냉천 등 태풍 힌남노 당시 범람했던 하천의 재해복구사업 방향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27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민복지회관에서 냉천 등 태풍 힌남노 당시 범람했던 하천의 재해복구사업 방향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또한, 냉천 주변 범람 위험구역에 1m 이상의 차수벽을 설치하고, 과거 중단됐던 상류 항사댐 건설 역시 다시 추진키로 했다.

항사댐은 지난 2016년 추진됐으나 당시 지진 발생으로 불안감을 느낀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한차례 무산됐다.

이밖에도 냉천의 계획홍수량(홍수 대비 제방 높이)에서 여유고를 최소 0.8~1m 가량 더해 힌남노처럼 예상 빈도를 뛰어넘는 홍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9월 6일 내습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에서는 시간당 시간당 최대 110여㎜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냉천 범람 등으로 총 13명(사망 11명·부상 2명, 정부 확정 기준)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포항제철소 등 철강공단 일대가 물에 잠겨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천문학적 재산피해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