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지난 10월에 영국 상원에서 특이한 청문회가 열렸었다. 인공지능(AI)과 예술, 디자인, 패션 그리고 음악산업의 미래에 관한 청문이 목적인 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세상의 이목을 끈 것은 '에이다'(Ai-da)라는 이름의 초현실주의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 화가였다. 로봇에 붙여진 '에이다'라는 이름은 시인 바이런의 딸로서 일찍이 컴퓨터 코딩의 개념을 만들었던 19세기의 유명한 수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의 이름을 따라 붙여졌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주인공 이름과도 철자가 같다. 언어유희일까?
'에이다'는 카메라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로봇 팔로 그림을 그린다. 2019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에이다'는 청문회에 나가기 전까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했었다. 2021년에 런던의 '디자인 박물관'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으며,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등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축제인 '글라스턴베리 페스티벌 2022'에 폴 매카트니, 다이애나 로스 등의 유명 연예인의 초상화를 출품하여 유명세를 누렸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세계 최초의 로봇 화가'를 청문회에 출석시켜 귀족들로 구성된 상원에 대한 진부한 인상을 바꾸려고 했었던 시도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단발머리 여성 모습의 '에이다'를 두고 여러 개의 금속 부품과 관절이 연결된 '계란거품기' 같은 팔이 달린 '리얼돌' 같다고 혹평했다. 또 '에이다'는 작동 중에 멈춰버리는 바람에, 재시동을 해야 했다. 재시동 이후에 로봇은 때때로 이상한 모습으로 얼굴을 찌푸리곤 했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 로봇은 첨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꼭두각시 인형을 보여 준 것으로, 인공지능을 제대로 알고자 하면 로봇이 아닌 로봇 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를 불렀어야 했다고 했다.
음악 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용되는데, 특히 영화, 드라마, 비디오 게임 또는 광고 분야가 그렇다. 이런 분야에서는 어떻게 하면 영상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인공지능을 사용해 음악을 만들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저작권 문제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통신 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된 작곡 앱과 플랫폼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데, 영상 장면과 분위기 그리고 음악 장르를 선택하면 인공지능이 음악 지식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차라리 '생산한다'가 어울릴 수도 있겠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인간 예술가들을 로봇 예술가로 대신하고자 하는가? 인공지능 지식 라이브러리가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예술가의 작품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두고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을 하는 작곡가인 로버트 레이들로우의 말을 주지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악 중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거나 놀라운 곡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작곡 플랫폼 개발자들도 인공지능이 작곡을 위한 보조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몰라도 인간 작곡가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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