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행복해지는 일.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호연지기의 마음으로 삶을 거시적으로 내려다보고, 지금 일어나는 마음의 풍파에서 조금 멀어진다면 말이다. 말이야 쉽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를 것이라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은 늘 고달픈 것이라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끔은 그가 어리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스로 마음을 바꾸면 될 일을, 바뀌지 않는 상대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손이 닿지도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바꾸려 전력투구하다 지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술잔을 기울일 때면 가슴이 절여져 오기도 한다.
강의 때, 내가 주로 쓰는 키워드 중 하나는 스트레스이다. 이 스트레스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단어가 있는데, 주로 비교나 욕심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집착이다.
◆고통의 시작은 집착에서 시작
보통 재물이나 명예에 대하여 사람들은 집착 이상의 집착을 둔다. 공수래공수거를 주창하며, 때로는 비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사람에 대한 집착을 잊고 살 때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나 진심으로 아끼게 되는 시간이 오면, 우리의 에너지는 생각보다 한 사람을 향해 많이 집중된다.
무엇을 하는지, 밥은 먹고 일하는지 대한 작은 생각부터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스멀스멀 마음의 향꽃이 피워진다. 이렇게 피운 꽃, 아름다운 사랑으로 피어있다면 좋으련만, 꽃이 자랄수록 소유하고 싶어하고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문제이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잡을 때 가시에 찔려 피가 나기도 하고, 더 이상 가까이할 수 없음에 힘들어한다.
모든 고통의 시작은 이렇게 집착에서 시작된다. 무엇인가 내 마음의 틀 안에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 바로 고통의 시작이다. 시들어가는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과한 마음, 즉 집착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짜릿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잡을 수조차 없는 무엇을 잡으려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인연을 힘겹게 잡고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정작 함께할 좋은 인연은 다가오지 못한다.
자녀 문제로 상담을 의뢰하는 부모님, 내 마음 같지 않은 철없는 자식 때문에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인생을 미리 살아본 사람으로서 피해갈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이야기를 자식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음에 전달되지 못하고 귓전에 머무는 아이들, 그 관계 속에서 지쳐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이지만, 탯줄이 끊어지는 그 순간부터, 독립된 감정이고 인격체이다. 그러기에 내 마음의 틀에 넣으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집착이 되어, 스스로를 지옥으로 밀어 넣게 된다.
말처럼 쉬운 것이 없다지만, 이제는 집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제보다 더 편해질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에게 집착하는 시간에 내 마음을 돌아보고 더 멋진 삶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사랑하는 연인도, 집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탯줄이 끊어지는 순간,독립된 감정이고 인격체
매력적인 사람은 남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울고 불며 신파극을 찍는 배우가 아니라는 말이다.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의 손에 풍선이 있다. 알록달록한 풍선을 보며 웃던 아이, 다른 손에 쥐어진 사탕을 먹다가 그만 풍선을 잡은 손을 놓게 된다. 울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이 더이상 돌아올 수 없음을 아는 순간, 울음은 그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찬란한 태양, 구름, 책에서 보던 양털 같은 구름을 비로소 보면서 또 다른 미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집착이라는 풍선을 놓을 때, 그때야 비로소 새로운 인연을 맛보게 됨을 알면 좋겠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할 문제, 다만 손에 쥔 그 집착을 놓아야 하늘을 볼 수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손에 꽉 쥔 힘, 그 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여야 할 시간이다.
나를 위한 것도 아닌, 그를 위한 것도 아닌, 주인이 없는 힘으로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최경규 심리상담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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