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방의 날'인 9일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최일선에서 수습에 최선을 다한 소방대원들을 찾아 격려했다.
간담회가 시작된 지 12초만에 비상상황이 발생해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서 소방대원 상당수가 우르르 뛰쳐 나가는 등 소방대원의 분초를 다투는 근무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하다"며 "참사 현장을 직접 겪으면서 소방대원 여러분의 상처도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에, 사후 수습과 심리 치료도 충실히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어려움이나 현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치권에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서 함께하고 싶다"고 격려했다.
또 상당수의 소방대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건의에는 "즉답을 드리기는 쉽지 않지만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참석했지만, 최 서장은 업무보고 외에 수사와 관련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선 소방관들은 현재 최 서장이 수사 선상에 오른 현 상황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진철 행정팀장은 "저희는 현장에서 너무 열심히 일했고, 서장님은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갔고 제일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며 "업무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 소방인데 돌아오는 것은 정작…"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 팀장은 거듭 울먹이며 "어제부로 입건에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고, 내용도 보면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걸어 넘긴다"며 "부탁드린다. 저희는 할 만큼 다 했다. 억울한 부분이 너무 많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은주 구급팀장도 "저희 구급대원들이 단 한 순간도 걷지 않고 계속 뛰었다. 구급대원만이 아니라 출동한 모든 대원이 똑같이 활동했을 것"이라며 "그런 활동 행적이 묻히게 될까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부당한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공감한다. 전쟁에 졌을 때 지휘관의 책임이 제일 크지, 일선에서 싸운 병사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국가적 대참사의 엄중한 책임이 일선에서 분투했던 여러분에게 전가되거나,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자리를 정리한 직후 강당 내 스피커에서 출동 지령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퍼져 대원 상당수가 일제히 뛰쳐나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용산소방서에 따르면 이때 접수된 신고는 수난 구조 건이다. 오전 11시 10분쯤 한 시민이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몸을 던지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출동한 소방 대원들은 다리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시민을 무사히 구조해냈고, 신병을 경찰에 인계했다고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전했다.
이후 간담회 시작 후 7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또 구급차 출동 지령이 떨어져 3명의 소방대원이 급히 빠져나갔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관내 한 도로에서 택시와 오토바이가 부딪쳐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출동 지령이었다"며 "교통사고 부상자 3명은 각각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