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안 된다. 그것이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로또에 당첨되게 해 주세요'라는 말은 함부로 쓰지 말자. 그것이 이루어져 경제적 자유라도 누리게 될까 봐 걱정이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차은우처럼 생기게 해 달라는 문장 역시 매우 위험하다. 가는 곳마다 팬들에게 둘러 싸여 사생활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냥 지금의 자유를 누리자.
광고 카피를 쓰면 안 된다. 진짜 그렇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자 한 자 만지며 써야 한다. 좋은 단어를 쓰는 것만큼이나 나쁜 단어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정말 써서는 안 되는 단어를 모아봤다.
1. 사랑
말도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단어를 피하라고?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눈만 뜨면 보인다. 특히 대학이나 병원에 가면 벌써 정문에서부터 '사랑'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눈만 괴로운 게 아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귀에도 만만치 않은 타격감을 준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물론 그녀와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다.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준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긴 하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단어의 힘에 있다. 사랑에 목마른 현대인은 사랑! 사랑! 사랑! 거리다 보니 정작 단어의 힘이 빠져버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닳고 닳은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칭찬도 한두 번이어야 하는데 계속 듣다 보면 그 단어의 힘은 없어져버린다.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I LOVE NEWYORK이라는 문장은 뭐냐고?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도시 슬로건인데 말이다. 아이 러브 뉴욕의 성공 이유는 간결함에 있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단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간결하다. 만약 저 슬로건에 형용사나 부사 같은 꾸미는 단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I LOVE NEWYORK SO MUCH나 I ABSOLUTELY LOVE NEWYORK처럼 말이다. 문장에 거품이 섞여 있으니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2. 열정
사랑도 못쓰고 열정도 못쓰면 진짜 쓸 단어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이라는 단어는 피하자. 열정이라는 단어는 전혀 열정적이지 않다. 사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슬로건 역시 '열정'이다.
JUST DO IT.
IMPOSSIBLE IS NOTHING.
다만, 열정이라는 단어를 그들은 다르게 표현할 뿐이다. 만약 이 브랜드의 슬로건이 BE PASSIONATE!라고 상상해보라. 끔찍하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에는 열정이라는 흔하디 흔한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있다. 그러니 나이키 광고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내 러닝화를 신고 한강으로 달려가고 싶다. 아디다스 광고를 보면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싶어 진다. 그것이 바로 낯선 단어의 힘이다.
3. 희망
'희망'이라는 단어 역시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
'삶의 희망을 찾아드립니다'
'당신은 나의 희망입니다'
라는 카피에 속을 사람은 없다.
이런 경우,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면 좋다. 예를 들어, 커튼 광고는 이렇게 카피를 쓸 수 있다.
'매일 아침, 커튼을 치세요.
창문 틈으로 희망이 새어 나옵니다'.
'우리 브랜드가 희망입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희망을 보게끔 하는 브랜드로 컨셉팅하면 사람들은 인식하기 시작한다.
사랑, 열정, 희망이라는 단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매우 좋은 뜻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너무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서 단어의 힘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낯선 단어를 찾아보자.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 말이다.
낯선 단어는 금방 잡아 올린 생선처럼 힘이 세다. 파닥파닥 거리며 임팩트를 준다. 갓 잡아 올린 생선 같은 단어를 찾는 것이 카피라이터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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