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전 재산 잃었다" 망연자실
농산물에 더해 컴퓨터, 냉장고 등 각종 장비도 잃어
오랫동안 거래해온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을 뒤덮은 화마는 3시간 만에 걷혔지만 상인들의 속은 여전히 타들어 가고 있다. 화재로 전 재산을 잃은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채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26일 오전 7시쯤 찾은 대구 북구 매천시장. 이른 새벽부터 일부 상인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건물을 바라보며 낙담했다. 사실상 전 재산을 잃은 것과 다름없다며 눈물을 흘리는 상인도 많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농산 A동 점포 152개 중 69개(45.39%)가 소실됐다.
매천시장이 처음 들어선 지난 1988년부터 각종 채소를 팔아온 김모(70) 씨는 "냉장고와 창고 등에 대략 2천만원 정도의 채소를 가득 채워 놨다. 채소는커녕 냉장고, 오토바이, 컴퓨터 등 각종 장비들도 다 타버린 탓에 피해 금액은 추정되지도 않는다"며 "그저 참담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나로서는 또 다른 집을 잃은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일부 상인들은 농산물 피해도 크지만 컴퓨터와 노트 등에 기록해 둔 외상 장부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번 화재로 외상 내역도 전부 소실돼 제대로 된 금액을 정산받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백업해두지 않은 상인들은 거래를 한 사람들의 장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모(50) 씨는 "거래처는 수십 곳이 넘어가고 금액도 수억원에 달하는데 정확한 외상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재산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외상 거래가 많은 매천시장 특성상 다른 상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7년간 함께 한 반려견을 잃었다. 밤새 화재 현장을 지킨 예모(60) 씨는 "오후 8시쯤 가게 안에 강아지를 재워두고 잠시 운동하고 왔더니 온 시장이 불타고 있었다"며 "생사만이라도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절망에 빠진 상인들을 향한 온정도 이어졌다. 북구에서 농산물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유모(38) 씨는 "5년간 거래를 해왔는데, 이렇게 힘든 시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가게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원래 거래처와 거래를 할 생각이다"고 했다.
안동에서 온 소규모 시장 상인 권모(60) 씨도 "5일에 한 번씩 매천시장을 찾는데, 이런 현장을 보고 어떻게 나 혼자 집에 갈 수 있겠냐"며 "이번 주 장사를 못하더라도 상인들 곁을 지켜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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