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일본처럼 장기불황 올 수도…공급 능력 제고해야"

입력 2022-10-16 16:45:47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

지난달 자동차 생산과 수출, 내수가 1년 7개월 만에 동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자동차 생산과 수출, 내수가 1년 7개월 만에 동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경제가 경기 위축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정책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국이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 불황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6일 '물가와 성장의 딜레마:반면교사 일본의 교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초 경기 위축이 시작되는 국면에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국민 반발을 무마하고 임금 상승 압력·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5%에서 6.0%까지 올렸다. 이후 자산 가격 버블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 역시 1990년대 초반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서 지속해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성장과 물가의 딜레마', 즉 물가를 잡다가 성장이 어려워지며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한 이후 거의 50년 가까이 초장기 불황을 경험하고 있고,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최근 상황이 두 차례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0년대와 비견된다고 분석했다.

또 "비록 최근 물가 상승 정도와 금융정책 신뢰도 등이 1970년대보다 양호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성이 취약하고 성장 전망이 불확실한 개발도상국은 또다시 1970년대와 같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과거 일본의 경험이 시사하는 우려할만한 가설은 '짧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의 긴 디플레이션' 또는 '긴 자산 가격 거품 이후의 깊은 불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지금처럼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제동이 걸릴 뿐만 아니라 장기 불황 극복·가계부채 부담 완화를 위해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이러한 과거 사례를 고려해 성장 제약 요인을 점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의 공급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해외 천연자원을 포함한 원자재, 소재·부품 개발·투자 등을 통해 경제 자립기반을 강화하고 기술·산업의 융합, 제조업·서비스업 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