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무리없는 경도 자폐성 장애인도 취업 문턱 넘기 어려워
발달장애인 근로사업장, 보호작업장 있지만 사회 진출 힘겨워
정부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 그림의 떡…서비스 차감형태로 이용률 낮아
"500군데 기업에 지원했는데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경도 자폐 장애인 성윤채(33) 씨는 지난 2007년 자폐 판정을 받았다. 장애가 심하지 않은 성 씨는 대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했지만 취업까지 숱한 도전을 거듭해야 했다. 대기업 인턴부터 항공, 교통, 제과·제빵까지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었다. 졸업 후 입사 지원을 한 곳은 500여곳이 넘었지만 면접까지 본 경우는 5%도 안 됐다.
◆'하늘의 별 따기' 자폐성 장애인 일자리 구하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 경험이 있는 발달장애인 중 46.1%가 채용하려는 일자리(사업체) 자체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취업정보를 접하기 어려움'이 13.8%, '장애인 당사자의 근로능력, 기술, 경력 부족'이 10.2% 등의 순이었다.
일자리를 구해도 장기 근무로 이어지지 못했다.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 상 일정한 틀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제과점에 취직했는데 빨리 돌아가는 시스템에 도무지 적응이 안 됐다"면서 "격려를 바랐지만 현실에선 '빨리 해야 한다'는 독촉과 채근이 잦았고 결국 커져 버린 부담이 퇴사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폐 장애인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사실 쉽지 않다. 민간에서도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도 있지만 아직 고용을 보장해주는 공공 일자리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중등교육, 고등교육을 받은 자폐성 장애인도 양과 질이 모두 보장된 일자리,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활 반경 더 좁아지는 중도 자폐성 장애인
중도 자폐성 장애라면 일상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다. 발달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도 적응하기 어렵고 주간보호센터, 장애인 학습센터 등에서도 쫓겨나기 일쑤다.
20대 자폐성 장애 아들을 둔 송모 씨도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난감한 처지다. 송 씨의 아들은 대화도 가능하며 스스로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나 센터를 찾아다닐 수 있다.
그런 송 씨의 아들도 당장 갈 곳이 사라졌다. 대구시의 발달장애인평생학습센터에 보냈지만 팔을 깨무는 문제 행동(도전적 행동)을 보이면서 센터 등원 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전적 행동은 발달 장애인이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방해하기, 위협하기, 소리 지르기 등이 있다.
발달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도 규칙을 따르지 못해 그만둬야 했다. 송 씨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 적응하지 못해 하고 싶은 공부라도 실컷 하라고 학습센터에 보냈지만 여기서도 도전적 행동이 심해지면서 결국 갈 곳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림의 떡'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
발달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들이 있지만 온전히 이용하기엔 제약이 적지 않다.
정부는 자폐 장애인에게 돌봄 바우처 서비스(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를 가정으로 파견해 이동보조, 방문목욕, 방문 간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바우처 형태로 한 달에 최소 60시간에서 최대 480시간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도입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도 있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산책, 운동, 미술활동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용 시간은 한 달에 85‧125‧165시간으로 나뉜다.
문제는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경우 이용 시간이 중복으로 차감된다는 점이다.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차감돼 원하는 시간대에 필요한 서비스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기는 것. 주간활동서비스 125시간과 165시간을 이용하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각각 22시간, 56시간이 차감된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서비스 중복 이용으로 장애인활동서비스 지원 시간이 차감되는 바람에 아예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 자폐 국가책임제 시급…중증 자폐 위한 특화 센터도 필요
자폐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죽어야 끝나는 일'이라는 절망감이 만연해 있다. 자폐성 장애인의 보호와 돌봄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자폐성 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강화해 가족의 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구시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은 "중도 자폐성 장애인도 사회에 편입이 될 수 있는 평생학습센터, 특화 주간보호센터 등 공적 영역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와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중복 이용도 가능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프라 확대도 중요하다. 신동혁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행복의 일터 원장은 "우리 사회가 자폐성 장애인의 다양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가 문제"라며 "일상 생활 속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일을 배울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지금 복지 구조는 폐쇄적이며 정형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나호열 대구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도 "최중도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전문 센터가 대구시 8개 구‧군마다 설립돼 충분한 전문 인력으로 1대1 돌봄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개인별 맞춤형 돌봄이 된다면 장애인별 특성에 따라 행동 수정과 '칭찬'을 통한 긍정적 지원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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